최근 사법부 내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 사법권력도 당연히 개혁 대상이라는 점에서, 개혁 노력을 폄훼하긴 어렵지만 꼭 이런 방식뿐인지 의아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을 맞아 사법부 내 이념 갈등으로 비치는 여지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대다수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사법권력의 대이동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도의 독립적 지위를 지켜야 할 판사들까지 정치 시류(時流)에 휩쓸리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다.
전국 법관 98명이 19일 ‘대표회의’를 열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해소를 위한 추가 조사와 법관회의 상설화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3월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의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주제로 한 학술 모임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발단이 됐다. 곧이어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추가되면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명분이 무엇이든 판사들의 집단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법관회의는 자신들에게 조사 권한을 줄 것을 요구했다. 다음 회의 날짜를 7월 24일로 확정하는 등 배수진까지 쳤다. 퇴임을 3개월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개혁도 합법적 절차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 사법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의 참석자 중 절반은 개혁 성향의 인권법연구회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체 법관 3000여 명 중 인권법연구회 소속은 16%인 480여 명이다. 법관회의가 정치 세력화해 이념 편향으로 흐르거나 ‘판사 노조’나 ‘민주법관회의’식으로 변질되지 않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양 대법원장 등 사법부 지도부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