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529일 만에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향 6일 만인 19일 끝내 사망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살해나 다름없는 일로, 미국은 물론 모든 문명국이 반(反)인권적 만행에 공분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웜비어 가족은 성명에서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 때문에 사망했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성명에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멀쩡한 청년이 북한 억류 중 무슨 일을 당했는지, 당장 반인도 범죄 처벌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착수해야 한다.

웜비어 사건은 그동안 북한 정권이 사용했던 ‘인질 외교’의 일환임은 자명하다. 특히, 북·미 대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인 인질 카드를 자주 썼다. 사소하고 부주의한 행위를 마치 국가적 중대범죄를 지은 것처럼 부풀린 다음 미국의 특사 방문을 끌어내는 행위를 반복했다. 미국 정부는 ‘인질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면서도 억류 사건 발생 때마다 특사를 파견해 해결함으로써 악행을 방조했다. 지난 2009년 3월 미 여기자 로라 링, 유나 리 억류사건이 발생하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특사로 나섰고, 2010년 1월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8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석방시켰다. 이런 일에 재미를 붙인 김정은 정권은 김정남 독살사건 연루범 처리 문제로 말레이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평양주재 말레이시아 외교관 9명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 수준까지 악성 진화했다.

이제라도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런 만행에 대해 재발 엄두도 못낼 정도로 응징해야 한다. 김정은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책임이 무겁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내 진보세력은 북한 인권에 대해선 눈감아 왔다. 북한인권법은 11년간 표류 끝에 2016년 겨우 통과됐다. 노무현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를 놓고 북한의 의중을 확인하자는 촌극을 벌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다운 나라’를 언급하려면, 국제인권외교 전문가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나라다운 나라의 외교’를 실행하려면 북한 인권 국제 공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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