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이하 자녀 둔 아빠들
여가 시간 혼자 많이 보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적어
의도적인 시간 투자 늘리고
‘저녁이 있는 삶’ 노력해야
배우자가 없는 노인들은
미디어 이용시간 더 많아
종교활동 시간 많을수록
고령층선 만족도 올라가
배우자 有無따라 큰 편차
현대 사회는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 ‘가족시간(family time)’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직업적 성공 못지않게 단란한 가족을 삶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커졌다. 많은 부모는 자녀와 더 많은 가족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가족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2014년 전체 취업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다. 1371시간으로 가장 짧은 독일보다 연간 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남편과 아내 모두가 일하는 맞벌이 부부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2013년 유배우 가구 1178만 가구 중 42.9%인 505만5000가구는 맞벌이 부부다. 자녀들도 시간에 쫓기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청소년들은 학교나 학원 같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시간이 초등학생 19시간, 중학생 20시간, 고등학생 20.5시간 전후다. 하루의 80% 가까이 된다. 가족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저녁이 있는 삶’은 요원하다.
실제 한국의 가족시간 형태가 어떠하고, 그러한 패턴이 삶의 만족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 가족 시간을 보내야 할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부나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가사 분담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반적인 여가시간이 매우 적고,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시간 투자가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팀은 22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학술연구지원으로 ‘가족시간과 삶의 질’ 연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루 24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살펴본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2014년 자료를 통해 생활만족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64세 이하로 10대 이하 자녀를 둔 기혼부부와 65세 이상의 고령부부로 구분해 조사했다.
◇식사·TV 시청이 대부분인 젊은 세대 = 전반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세 이하 자녀를 둔 부부 중 남성을 보면 식사시간의 경우 하루 중 혼자 22.5분, 아내와 52.1분, 자녀와 41.5분이었다. 미디어를 이용한 여가시간은 혼자 보낸 시간이 72.8분, 아내와 32.5분, 자녀와 21.5분을 보냈다. 식사는 가족과 많이 하며 TV나 인터넷 등 미디어는 혼자 많이 한다. 미디어 사용을 제외한 여가활동 시간은 매우 적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제활동(사회화)은 혼자 8.1분, 배우자와 9.3분, 자녀와 5.4분 정도를 보낸다. 종교활동은 하루 혼자서 2.7분, 아내와 1.9분, 자녀와 1.7분에 그쳤다. 문화활동은 하루 평균 혼자 0.2분, 아내와 3.7분, 자녀와 3.4분에 그쳤다. 운동도 비슷하다. 아내의 시간도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여가활동 시간은 매우 미미하며,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더 적다.
여성의 경우 혼자 종교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특이한 점은 여성이 스포츠 활동을 배우자와 함께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줄어들었다. 남성의 경우 배우자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으며, 혼자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역시 혼자 종교활동을 많이 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갔다.
종합해 살펴보면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거나 자녀와 함께 보내는 것은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가사분담 만족도나 시간부족과 같은 주관적인 평가들이 만족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가사분담에 만족도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여성이 혼자 하는 여가활동 시간은 개인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여성들은 이미 어린 자녀의 돌봄 노동에 많은 시간을 투입했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일하는 여가시간을 따로 구분하기 어렵고 시간도 적어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종교활동 같이할수록 만족도 높아 = 고령집단도 젊은층과 시간 사용이 유사했다. 배우자가 있는 남성 노인의 경우 혼자 하는 활동 중 시간 이용이 가장 많은 활동은 미디어 이용이다. 식사활동은 혼자보다 배우자와 함께 많이 했다. 배우자가 없는 노인은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미디어 이용시간이나 가사노동시간이 두 배 정도 많았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노인의 경우 종교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이 두드러지게 많은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생활만족도를 보면 고령층은 배우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배우자가 있는 남성 노인의 경우 교육수준, 월평균 가구소득, 건강상태 등이 만족도와 비례했다. 혼자서 사용하는 시간은 생활만족도와 연관성이 없었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 중에서는 종교활동이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끼쳤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 노인의 경우 성 역할 인식이 높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아 남성과 차이를 보였다. 배우자와 함께한 가사활동과 종교 활동 시간 역시 생활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노인이 남편과 함께한 미디어 이용시간은 오히려 생활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없는 남성 노인의 경우 혼자 하는 활동 시간은 생활만족도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우자가 없는 여성 노인도 성 역할 인식은 생활만족도와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의 경우 혼자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떨어졌으며, 종교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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