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硏 학술대회서 제기

‘한국학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민백)이 지속적인 수정·증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백과사전은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시대 흐름을 수시로 담아내지 못하면 ‘죽은 사전’이 된다.

한중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원) 시절인 1980년 국가 주도 장기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사전의 편찬에는 30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으며 1991년 7만7000개 항목을 담은 28권으로 출간됐다. ‘민백’은 기존의 백과사전을 번안하지 않고 학자들이 전부 집필해 민족문화를 내용으로 한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됐다. 2002년 CD롬 출간에 이어 2007년부터 웹 서비스를 시작해 접속 건수가 2015년 4300만 건에서 지난해 6000만 건으로 늘어났고, 현재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사전 중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이용률 1위다.

지난 10년 동안 ‘민백’의 수정·증보 작업은 교육부의 수탁 과제로 선정돼 연간 5억6400만 원(계약직 임금 포함)씩 투입돼 그나마 가능했으나 오는 11월 초에 지원이 끝난다. 한중연은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체 사업으로 연간 10억 원 정도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중연은 이와 관련해 22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 사업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당시 문학분야 편찬위원으로 참여해 원고를 집필했고, 1986년 3월부터 1년간 실무책임자인 편찬부장으로 ‘민백’ 사업을 지휘했던 조동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이날 기조강연에서 ‘민백’의 발간과정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민백’은 1979년 북한에서 백과사전 편찬계획을 발표하자 체제 경쟁 차원에서 급하게 시작됐다. 그는 “설계도 하지 않고 집부터 지었다. 아귀가 맞지 않고 중복돼 무너질 수 있었다. 일이 중간쯤 진행됐을 때 잘못되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알았지만, 공사를 멈추고 재검토할 겨를이 없었다. 원고를 받고 원고료 예산을 집행해야 했다”고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정문원 원장이 바뀔 때마다 편찬부장이 교체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사전이 나오지 못할 경우 감사 및 처벌에 대비해 모든 원고를 200자 원고지에 옮겨 써서 지불한 원고료와 일치시켜 놓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조 명예교수는 ‘민백’의 수정·증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