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슬기(가운데 줄 오른쪽) 세종고 교사와 음악 동아리 ‘여민락’ 회원 학생들이 지난달 교내 음악회 공연을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슬기 교사 제공
최슬기(가운데 줄 오른쪽) 세종고 교사와 음악 동아리 ‘여민락’ 회원 학생들이 지난달 교내 음악회 공연을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슬기 교사 제공
최슬기 세종고 교사

‘여민락(與民樂)’.

세종대왕이 창제한 음악이다. 세종 27년인 1445년 권제와 정인지 등이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작곡하자, 그중 일부를 세종대왕이 재구성한 곡. 뜻풀이 그대로 백성과 더불어 즐기는 음악이라는 의미로, 지금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우리 음악이다.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세종고등학교에는 ‘여민락’이라는 음악 동아리가 있다. 세종대왕이 여민락을 창제한 그 취지에 따라 이 학교 여민락 동아리 학생들은 교내 구성원과 지역의 불우이웃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을 투자한다.

이 학교에서 여민락을 이끌고 있는 최슬기(여·31) 교사는 올해 경력 4년 차의 ‘새내기’ 교사지만 아이들을 이끄는 실력만큼은 여느 교사 못지않다. 최 교사가 지난해 이 학교에 부임해 와 여민락을 만든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형성된 음악 동아리에 대한 욕구가 계기가 됐다.

최 교사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악 동아리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마침 학교에서도 교사들에게 동아리를 조직해 보라는 권고가 있어 음악 동아리 모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도시에 있는 학교보다는 상대적으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하고 특히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학생들이 많아 음악 동아리에 대한 열의가 컸다”며 “기존에 밴드 동아리가 있기는 했지만, 수용 인원이 많지 않아 학생들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민락이라는 동아리 이름도 학생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최 교사는 “시골 학교의 학생들은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워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취지로 ‘찾아가는 공연’을 표방하면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교 안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기획해서 다양한 공연을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내 활동뿐 아니라 외부로도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음악으로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에는 세종시에 있는 작은 시골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음악회도 열었다. 요양원 등 지역의 기관들을 6차례 방문해 공연도 했다. 지난해 학교에서 야외음악회를 기획했을 때는 아이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같이하자고 제안해 일주일간 점심시간을 이용, 교내 음악회를 가졌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금 20만 원을 모아 장애인 복지관에 기부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재능 기부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보람을 느끼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키울 수 있다며 좋아한다. 특히, 여민락 활동을 통해 대학 진학까지 한 동아리 회원도 있어 학생들의 진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 교사는 “올해 초 졸업한 학생 중에 여민락 활동을 열심히 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예술치료학과 진학에 성공한 학생이 있다”며 “여민락 활동을 통해 음악치료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 왔는데, 대학의 자기소개서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고 소개했다.

최 교사는 “학생들이 돈이나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고 싶다”며 “음악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더 즐거울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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