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흥미롭지만 사실관계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보고서 하나를 내놨다. 보고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자동차업계에 미친 영향과 대응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사드 문제 이후 중국 내 한국차 판매가 2012년 중·일 영토 분쟁 당시 일본차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원인을 사드보다 한국차의 낮은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친절하게도 향후 판매 회복을 위해서는 “저가격·고품질 전략을 추진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중국 현지에 맞는 모델 출시, 디자인·기능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럴듯한 쓴소리 같지만, 해당 보고서를 접한 국내 완성차업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중국에서 한국차 판매는 지난 2월에 전년 대비 3.2% 줄었는데, 사드의 성주골프장 배치가 확정된 2월 27일 이후에는 더욱 급감해 3월 52.7% 감소에 이어 4월과 5월 각각 65.1% 감소를 기록했다. 한국차 경쟁력에 문제가 있어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급전직하한 것은 사드 문제를 제외하면 설명이 안 된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설명이다. 또 올해 중국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더 경쟁이 치열하고 품질을 따지는 자동차 본고장 유럽에서는 오히려 한국차 판매량(1~5월 현대·기아차 기준)이 6.7% 증가했다. 품질만을 탓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완성차업계가 더 분노하는 것은 보고서 내용이 “한국차 판매 감소는 사드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국차 경쟁력의 문제”라며 공세를 펴는 중국 일부 언론의 논리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정부나 언론이 해당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국책연구기관도 사드로 인한 피해는 한국 책임이라고 인정했다”고 호도할 수도 있게 됐다.

보고서가 해법으로 제시한 싸고 품질 좋은 차 판매, SUV 라인업 확대 등은 완성차업체들도 이미 내놓은 대책이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악전고투하는 기업들을 위해 묘책을 찾아주지는 못할망정,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상처에 더 소금을 뿌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남석 경제산업부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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