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외교안보대화서 합의

美 “中, 더 큰 책임있다” 강조
中 ‘北과 불법거래 차단’화답
세컨더리보이콧은 일단 보류

美하원 “對北제재 아직 약해”
웜비어 사망후 美여론 악화
향후 독자 추가제재 가능성


미국과 중국이 21일 처음 열린 외교·안보대화(DSD)에서 북핵 문제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재확인하면서 일단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중국이 자국 기업의 일부 북한 기업과의 사업거래 금지라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미국도 중국 등 제3국 기관·개인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을 일단 보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미·중은 이날 DSD를 통해 CVID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전면 이행 등 기존 대북정책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을 통한 ‘최고의 대북 압박’ 기조가 유지되는 동시에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대북제재에 실질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알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망 사건으로 ‘북한응징론’이 확산되면서 대북 추가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날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지정한 제재대상인 북한 기업과의 사업거래를 철저하게 감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커다란 성과로 꼽힌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중국에 북한을 돕는 10개 중국 기관의 명단을 전달했다”면서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중국의 북한 문제 해결 도움에 감사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추가 대북 독자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중국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대북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미·중은 이날 대화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이슬람국가(IS) 격퇴, 중국 인권 문제 등에서는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직접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외교적 어법으로 양국에 입장 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당장은 중국의 약속을 믿고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을 보류하지만,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국 내에서는 ‘중국에 끌려다닌다’는 식으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자료를 통해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생각은 미신이며, 대북 압박은 불규칙하게 적용돼 왔으며 결코 실행되지 않은 북한의 약속 이후 조기에 해제됐다”면서 “대북제재를 더 강화할 여지가 충분히 있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현재로는 대북제재 강화를 포함해 외교적인 압박을 지속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며, 웜비어 억류 상황에 대해 북한에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방어재단 선임연구원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웜비어가 사망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날 홍콩 펑황(鳳凰) TV는 양측 대화에서 “중국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측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련 배치 중단 및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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