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열혈시민’들의 분노는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로 향했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을 기각했던 것을 포함, 권 부장판사의 ‘전적’(前績)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당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비난이 쏟아지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다.

이 같은 비판에는 책임 있는 공인 또는 유명인도 동참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사는 국민이 우스운가’라는 제목의 글을 쓰며 “정권은 바뀌었지만, 세상은 그대로이다. 적폐는 온존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썼다. 검사 출신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은 “법원이 정의라는 대의보다 구속 사유에 너무 형식 논리적으로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권 판사가)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시키고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구속시켰다”며 “나는 왠지 기각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지만 비판의 선은 지켜져야 한다. 안 의원은 판사는 국민이 우습냐고 물었고, 백 의원은 법원이 정의라는 대의를 지켰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를 따라가는 포퓰리즘은 법치가 아니다. 다수 여론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놓았다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정의만큼이나 중요한 게 법치다. 악인(惡人)을 무조건 구속시키는 게 형법의 ‘인신 구속’의 원칙이 아니다. 구속 여부는 범죄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다. 악인이라도 법의 보호와 감시 속에서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한 서울 소재 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는 오로지 법과 원칙 앞에 고독한 판단을 내리도록 훈련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판사의 판단은 일단 존중하는 게 법치주의가 뿌리내리는 길이다. 여론에 휘둘리는 판결은 결국 국민을 더 힘들게 하고 정의를 무너뜨린다.

민병기 사회부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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