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 논설위원

정부와 정당은 여론조사를 정책 결정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한다. 민심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형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는 플러스알파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덕분이다. 여론은 구속력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세가 그렇다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여론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여론조사는 객관적인 기관에서 가급적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철저한 표본 추출을 거쳐 좋은 설문지로 실시해야 한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설문(設問)이다. 의도적으로 한쪽 방향의 답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질문 속에 답이 들어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국민의 지지가 높다고 내세웠다. 한데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잘못된 질문으로 여론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할 게 아니라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여야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제시한 질문이 중립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일리 있는 항변이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정부 때 유병언 빚 탕감’ 등의 표현으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질문이 포함된 불법 여론조사를 지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중 제6조는 피조사자의 응답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될 수 있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단 선거여론조사뿐만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사회적 의견’인 민심을 조작하거나 오도하는 사례를 추적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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