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내내, 연구실 앞쪽 화단에서는 여러 꽃이 다투어 피고 지었다. 그 봄꽃 가운데에는 붉은빛을 띤 ‘함박꽃’도 있었다. 연구실의 탁한 공기를 피하여 화단에 나서면 ‘함박꽃’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반겨 주곤 하였다. 그런 ‘함박꽃’이 6월이 되자마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함박꽃’은 여러해살이풀인 ‘작약’에 피는 꽃이다. 물론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함박꽃나무’에 피는 ‘함박꽃’도 있다. ‘작약’에 피는 ‘함박꽃’과 ‘함박꽃나무’에 피는 ‘함박꽃’은 그 모양은 조금 다르나 단어가 갖는 의미는 같다.

‘함박꽃’은 ‘함박’과 ‘꽃’이 결합한 어형이다. ‘함박’은 ‘한박’의 자음 동화 형태이며, ‘한박’은 형용사 ‘하다(大)’의 관형사형 ‘한’과 명사 ‘박’이 결합한 어형이다. 그리하여 ‘한박’, 곧 ‘함박’은 ‘큰 박’ 또는 ‘큰 바가지’의 뜻이다. 속담 “함박 시키면 바가지 시키고 바가지 시키면 쪽박 시킨다(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슨 일을 시키면 그도 자기의 아랫사람을 불러 일을 시킨다는 말)” 속의 ‘함박’은 ‘큰 바가지’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함박’은 보통의 바가지보다 큰 바가지이고, ‘쪽박’보다는 훨씬 큰 바가지임을 알 수 있다. 곧 ‘함박’과 ‘쪽박’은 반대 개념이다.

‘함박꽃’의 ‘함박’은 ‘큰 박’이란 뜻이다. 그리하여 ‘함박꽃’은 ‘큰 박처럼 크고 탐스러운 꽃’으로 해석된다. ‘함박꽃’은 ‘꽃’을 생략해 ‘함박’이라고도 한다. ‘함박눈’ ‘함박웃음’의 ‘함박’도 그와 같다. ‘함박눈’은 ‘함박꽃 송이처럼 굵고 탐스러운 눈’으로, ‘함박웃음’은 ‘함박꽃 송이처럼 크고 환한 웃음’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화단의 ‘함박꽃’이 사라진 지 오래되건만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간다. 꽃은 사라졌어도 그 꽃을 피우는 ‘작약’은 여전하다. ‘작약’이 거기 있기에 내년 5월이 되면 다시 화사한 ‘함박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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