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지사가 지난 23일 도청 집무실 벽면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앞에서 경북형 일자리 만들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가 지난 23일 도청 집무실 벽면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앞에서 경북형 일자리 만들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③ 김관용 경북지사

음식점 등 농촌서 창업 유도
1인당 매년 3000만원 지원

월급 20% 줄이고 신규 고용
올 公기관 30곳 173명 채용

지자체 첫 ‘일자리 상황판’
SOC예산 줄여 청년기업↑

청년고용촉진금 20억 확충
우수기업에 5000만원 지원


김관용 경북지사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1호가 일자리 창출이듯 김 지사 역시 경북도정의 제1순위가 일자리 만들기다. 지난 23일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을 방문하자 김 지사는 상황판 앞으로 먼저 안내했다. 그는 “일자리 추진상황을 직접 챙겨 올해는 지난해 대비 0.4% 증가한 고용률 68%에 일자리도 8000개 많은 142만8000개를 유지하기 위해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상황판은 13일 설치됐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다. 그는 “국가는 물론, 지방이 생존하는 필요불가결한 조건은 일자리”라며 “상황판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절박한 마음으로 직접 설치를 지시, 매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무실 방문자마다 일자리 상황판을 유심히 보는 것 같다.

“상황판은 고용률, 실업률, 청년고용동향을 비롯해 일자리 창출 목표 대비 실적, 청년 일자리 실적 등 다양한 지표로 구성돼 있다. 올해 일자리 부문 당초 예산은 3960억 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청년 일자리 1만2000개 확보를 목표로 종합적으로 청년 정책을 수립 중이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1000억 원을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다.”

―청년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나.

“청년 기업 인증 지원, 경북 청년 밑천 마련 일석삼조 크라우드 펀딩 조성, 청년사회적기업 육성 등으로 도내 청년들이 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데 역점을 뒀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축소해서라도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그는 이같이 말하며 20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산진량산업단지 방문 당시 이 총리가 관심을 보인 경북형 일자리에 대해 소개했다. “공공부문 주 4일 근무제와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 도입, 돌봄치유농장(Care-Healing Farm) 조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로 경북형 일자리 확산의 핵심이다. 반드시 정착시켜 정부 차원에서 확산하도록 하겠다.”

―공공부문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획기적이지만, 직원들 반발도 있을 것 같다.

“이 제도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 시도한다. 봉급을 20% 적게 받는 대신, 그만큼 신규 고용하는 것이다. 이미 직원들이 동의한 상태다. 특히 여성 직원들이 상당히 반겼다.”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일자리 분배와 노동 생산성 향상, 경제 활성화 등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예전처럼 ‘헝그리 정신’으로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올해부터 도내 공기업 출연기관 등 30개 공공기관에서 173명의 인원을 주 4일제로 채용한다. 창의력이 필요한 문화와 4차 산업 분야에서 우선 시행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한 정책이다. 경북도의 주 4일 근무제를 전국에 모범 사례로 제시할 것이다.”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농촌을 만들자’는 말을 자주하셨는데, 도시 청년 시골파견제도 그 맥락인지.

“지방소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은 앞으로 암울해진다. 특히 지난 10년(2007∼2016년)간 경북의 청년 인구 유출은 연간 평균 6671명이나 된다. 이대로는 일꾼 없는 경북이 돼 해법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청년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역사문화, 예술활동에서 카페·음식점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3년 동안 1인당 매년 3000만 원을 주고 정착을 유도할 것이다. 2030년까지 2300여 명의 청년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이 제도 도입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지방의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부흥을 위해 도시 청년을 3년간 시골에 파견하고 1인당 연간 4000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지역에 거주하며 지역 브랜드나 특산품을 개발·판매하는 데 사용된다. 일본은 지난 3년간 444개 지자체에 1511명이 정착해 55.6%의 정착률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경북엔 이러한 제도가 없나.

“경북엔 없다. 대신 청년층의 지역 기업 근무를 장려하기 위해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경북 청년 복지카드’를 지원 중이다. 3개월 이상 도내 중소기업에 근무한 청년 근로자를 대상으로 올해 1800명에게 1인당 연간 100만 원을 선불카드 형식으로 지급한다. 지원 대상은 근로자 3∼99명 규모로 경북에 있는 중소기업의 청년 근로자(15∼39세)다. 카드는 건강 관리, 문화·여가활동, 자기계발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5월 16일까지 226명의 청년이 도내 중소기업에 취업 후 카드 지원을 신청했다.”

―이러한 제도와 더불어 청년 고용 우수기업도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해 4억1000만 원의 추경 예산으로 시작한 청년 고용 촉진기업 지원은 올해에도 계속 추진 중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5배 규모로 증가한 20억 원의 예산으로 청년 고용실적이 5명 이상인 기업 65곳에 고용환경개선비 2000만∼5000만 원을 지원 중이다. 이는 기업 근로복지시설 및 작업환경 개선 등으로 근로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청년층이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연봉과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 위주의 취업을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원인은 청년 인력의 수요와 공급에서 나타나는 임금, 정보, 기술 중 ‘정보 미스매치’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지역기업 바로 알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대를 비롯해 도내 20여 개 대학, 32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취업캠프와 지역기업 탐방 및 취업박람회를 통해 지역 강소·우수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취업을 유도했다. 올해는 위덕대, 안동과학대 등 11개 대학의 학생이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해외에 진출한 제조업체 10%만 국내로 유턴하면 일자리가 29만 개가 생긴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해외에 나갔던 기업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도 법·제도를 만들어 다시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노동환경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강성·귀족노조 활동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고 틀을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앞으로 6개월 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고용정부’에선 정부 역할이 크다. 시장에 맡겨 놓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또 지방보다 중앙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 내에 확실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경북도의 고용 상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은.

“경북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다소 안정적인 고용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률은 더욱 높이고 실업률은 더 낮추겠다. 오죽하면 도정 구호가 ‘지발(제발) 좀 묵고(먹고) 살자’ ‘취직 좀 하자’ ‘일취월장’(일찍 취직해서 월급받아 장가 가자)이겠는가. 새 정부 정책에 맞춰 공격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

안동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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