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파 文·林과 靑서 만찬

韓·美 신뢰구축 필요한 시점
美와 원만한 관계 아닌 2인
정상회담에 악영향 줄수도

靑은 “DJ - 부시 입장차 조율
경험있는 두 분에게 조언들어”


문정인
문정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계의 조언을 청취하면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 대북 대화파들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들을 만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발언 논란을 일으킨 문 특보와 과거 대미 관계에 어려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 임 전 장관을 만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 전 장관과 문 특보를 지난 23일 청와대로 불러 2시간 가까이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앞서 임 전 장관을 만나 조언을 받은 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이 자리에 문 특보도 합류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만찬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까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원
임동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북 정책 입장이 달랐던 김대중 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간의 입장 조율 사례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두 분과 만찬을 했다”고 밝혔다. 26일 전 정부의 주미 대사 7명을 함께 초청해 1시간여 동안 간담회를 진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에서 거듭 압박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해 논란이 됐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도발적이고 파장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특보로서 이런 시점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임 전 장관은 현직에 있을 당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원만한 한·미 관계 구축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시 미 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했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은 최악의 회담 사례로 꼽히고 있다. 햇볕정책을 펴는 김대중 정부에 불만이 많았던 부시 전 대통령은 회담 후 김 전 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이 사람)’이라고 칭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전력이 있는 문 특보와 임 전 장관을 문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미국에 나쁜 신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도발 중단도 안 하고 남북 대화 제안도 거절하고 있어 우리도 국제사회나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제재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윤영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도 “한·미 정상의 친밀함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등 북한에 굳건한 한·미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우의를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부 동반 정상 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이근평·김유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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