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왼쪽 세 번째)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인호(〃 네 번째) 한국무역협회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무역업계 일자리위와의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섭(왼쪽 세 번째)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인호(〃 네 번째) 한국무역협회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무역업계 일자리위와의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文정부 구조조정 올스톱

인력 축소 자구책 약속해놓고
성동조선勞 “추가 감축 불가”
해양플랜트 철수 선언 불구
대우조선 수주전 뛰어들어

이대로면 조선업 다 죽을수도
회생 못할 곳 과감히 정리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정책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 매몰되면서, 정작 시급한 공급과잉·취약 업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인력 조정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 10조 원(대우조선해양 7조1000억 원, 성동조선해양 2조7000억 원) 이상의 ‘혈세(血稅)’가 투입된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정권 교체기에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수주 절벽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책 1순위를 일자리에 둔 신정부 출범 이후 인력 감축·자산 매각 지연과 저가수주 부활 등으로 또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할 금융위원장 인선까지 지연되면서 자칫 조선·해운업 자체의 산업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과 조선·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바뀌면서 대우조선과 성동조선의 인력 구조조정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금 지원 당시 인적·물적 규모 축소 등 강도 높은 자구책 이행을 약속한 것과 달리 최근 성동조선 노조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해주는 조건으로 쟁의행위 금지 및 인력감축 등의 자구안 선행을 요구한 채권단에 ‘추가 고통분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슬림화(축소)가 반드시 필요한데 인력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해 앞날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내부에서조차 “추가 인력 감축은 건조 능력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방법과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채권단마저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1만400여 명까지 줄어든 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저가수주 차단’과 ‘해양플랜트 사업 철수’란 구조조정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은 부실 발생의 핵심인 해양플랜트(바다에서 원유나 가스를 뽑아내는 대규모 시설)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대우조선은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가 발주하는 가스 프로젝트 ‘블록B’의 해상가스생산설비(CPP) 수주전에 참여했다. 또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의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O) 선체부 입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비중이 60%인데 어떻게 철수하느냐”고 말했다. 최근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3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 해양플랜트 사업은 또다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성동조선 채권단도 저가수주 불가 원칙을 자진해서 거뒀다. 성동조선 채권단 관계자는 “저가수주도 저가수주 나름”이라며 “원가 이하 해양플랜트를 제한하면 현재 일감을 따낼 수 있는 조선소는 한 개도 없다”고 말했다.

수주 절벽과 지지부진한 자산매각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사실상 당국도 손을 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수주 참여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두 기관은 입을 닫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칫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조선·해운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회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살려야 할 곳과 그렇지 못할 곳을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정책을 앞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장 실업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 작업을 미루고 있다”며 “실업 문제는 복지정책으로 보완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구조조정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김남석·유현진 기자 best@munhwa.com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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