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DNA채취 명령
3700억원 유산 향방 관심
승소땐 4분의 1 상속 가능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아래 사진)의 무덤이 법원의 명령으로 파헤쳐지게 됐다. 자신이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해 온 여성이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DNA를 채취해 친족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생전 자식이 없었던 달리는 3억3000만 달러(약 3700억 원) 상당의 유산을 스페인 정부와 달리 재단에 남긴 바 있어 소송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26일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은 필라 아벨 마르티네즈(60)와 달리의 친족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달리 시신에서 DNA를 채취하라고 명령했다. 1989년 세상을 떠난 달리는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 피게레스의 ‘달리 극장 박물관’ 지하에 묻혀있다. 마드리드 법원은 미술관이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 관할 법원에 관련 절차를 요청할 예정이다.

타로 카드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점쟁이’ 일을 해온 마르티네즈는 2007년부터 자신이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모친이 1955년 달리가 스페인 포트리가트 지방에 체류했을 당시 달리의 연인으로 지냈다고 밝혔다. 모친이 자신을 낳기 전 다른 남성과 결혼해 달리가 친부란 사실을 몰랐지만, 친가 할머니로부터 달리의 딸이란 사실을 듣게 됐다. 스페인 법에 따르면 마르티네즈가 친자로 확인될 경우 유산의 4분의 1을 상속받을 수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3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유산의 소유권에 상당한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달리 재단과 스페인 정부는 달리의 아내가 묻혀있는 성을 비롯해 미술관 세 곳, 미술작품 등 각종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천재 화가로 꼽히는 달리의 대표작은 ‘기억의 지속(1931년·위)’이다. 늘어져 녹아내리는 듯한 시계 등을 표현한 이 작품으로 달리는 이름을 크게 알렸다. 작품은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돼 있다.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달리는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했다. 동성애자라는 소문부터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연인이었다는 얘기도 있고, 여동생 안나 마리아를 사랑했다는 설도 있다. 친구인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었던 갈라와 1929년 만나 결혼했으나 자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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