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중(가운데) 윌로펌프 대표가 27일 윌로펌프 부산 본사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해인 마케팅팀 사원, 김성현 유통영업팀 사원, 김 대표, 김상윤 유통영업팀 사원, 오진명 HR팀 사원.
2부 청년실업, 강소기업이 답이다 - ① 윌로펌프
매년 20명씩 꾸준히 신입채용 지난해 매출 1883억 최대 실적 인재 확보·사세 확장 ‘선순환’
배우자까지 종합 건강검진 등 직원 사로잡기 끊임없는 노력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와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논문 ‘대졸자들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가?’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유의미한 요소는 ‘임금’이 아니었다. 연구 결과, 갓 입사한 중소기업 청년 임금 수준은 대기업 청년 임금의 79.8%로 예상보다 극심한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이 중소기업 기피 이유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임금보다는 ‘복리후생’과 ‘일자리의 사회적 평판’ ‘직무 교육과 훈련’ ‘근무 환경’ 등이 주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임금’ ‘인간관계’ ‘고용 안정성’ 등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념과 반대되는 이 연구 결과는, 청년들이 단순히 ‘돈’ 때문에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다양한 고용정책을 바탕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청년친화강소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청년 직원들을 사로잡고 있는 비결과 노하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심층 기획을 마련했다.
펌프와 펌프 시스템을 생산하는 부산 소재 강소기업 윌로펌프에 구인난은 낯선 얘기다.
지역대학 출신부터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까지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윌로펌프에 몰리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윌로펌프의 평균 입사 경쟁률은 100 대 1에 달한다. 김연중(59) 윌로펌프 대표는 28일 “최근 채용시장에서 경력직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윌로펌프는 청년취업난 해소를 위해 매년 신입사원 20여 명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며 “특히 본사가 위치한 부산 지역의 인재 채용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윌로펌프는 이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독일 기업 윌로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지난 2000년 독일 윌로그룹과 LG그룹이 합작 설립했다. 윌로펌프는 2004년부터 LG전자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단독 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해 빌딩 서비스, 수처리 분야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액 1883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월로펌프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2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울 정도로 업계에서 탄탄한 강소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사세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 직원 복리 후생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꼽았다.
윌로펌프는 부산 신공장 내에 피트니스센터와 탁구장·족구장 등 다양한 운동 시설을 자체 운영 중이다. 35세 이상 직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까지 종합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윌로펌프의 대졸 초임 연봉은 3300만 원으로 중소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평균인 2490만 원(한국경영자총협회 3월 발표)에 비해 810만 원 많다. 또 윌로펌프는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금 5~15%를 지급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윌로펌프는 고용부로부터 청년친화강소기업에 선정됐다. 청년친화강소기업은 정부 재정·금융지원 우대, 청년취업인턴사업 심사 시 가점 혜택, 기업 홍보 등 다양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이 밖에도 윌로펌프는 채용 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자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 소통 채널을 구축해 청년 구직자들과 꾸준한 소통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청년친화강소기업 선정은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자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고, 윌로펌프에 대해 매력과 호기심을 느끼고 온·오프라인 채널 등을 통해 기업 탐방을 문의하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채용 박람회, 캠퍼스 리크루팅, 기업탐방, 인터뷰 등 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구축해 우수 인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신입사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재무팀의 김재학(28·부경대 졸업) 씨는 입사 계기를 설명하며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건강검진 시행, 올해의 운동인 선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윌로펌프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매달 어학수강료를 지원해주고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취득 시 응시료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등 구실만 맞춘 복지제도 대신 본인의 역량을 높일 기회를 보장하는 사내문화가 윌로펌프의 큰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마케팅팀의 김진환(28·한국외대 졸업) 씨는 “대중적인 인지도는 비교적 낮지만 기업 철학이나 보유 기술이 뛰어난 강소기업을 찾던 중 윌로펌프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며 원석과 같은 중소·중견기업들을 놓치고 있는데,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더 넓은 시야와 탐색을 통해 자신과 맞는 직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지원팀의 반경미(26·부산대 졸업) 씨는 “대기업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알짜배기’ 기업들이 많이 있다. 윌로펌프는 그런 회사 중 하나였다”며 “청년들이 존재 자체를 몰라 지원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대기업 못지않게 좋은 복지와 근무환경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 주변에 대기업 부러울 게 없는 연봉과 복지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강소기업들이 많으니 오랜 시간 여러 기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보길 권한다”며 “열린 생각과 많은 고민을 통해 쌓인 직간접적인 경험들은 옥석과 같은 강소기업들을 찾아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