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낸 게 옳거나 나쁘다는 생각에 휩쓸리지 말고 그냥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인정하고 화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라. 이 같은 반복된 훈련은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 한림읍 금능해변의 평화로운 풍광. 박경일 기자 parking@
화를 낸 게 옳거나 나쁘다는 생각에 휩쓸리지 말고 그냥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인정하고 화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라. 이 같은 반복된 훈련은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 한림읍 금능해변의 평화로운 풍광. 박경일 기자 parking@

(9) 명상과 화Ⅰ

화(anger)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흔하게 겪는 고통 가운데 하나입니다. 화의 감정은 관계의 단절을 낳고, 우리 자신을 해치는 단단한 감정의 덩어리입니다. 이번 회에서는 제가 진행하고 있는 MSC(Mindful Self-Compassion) 프로그램의 내용을 적용해서 화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탐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는 상대가 죽기를 바라면서 마시는 독약

불교에서 보는 화는 우리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3가지 독성(탐욕, 화, 어리석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이 화의 감정 또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화는 누군가 선을 넘었고, 그래서 우리가 상처받고 있다는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주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화를 품게 되면 종국에는 괴로움과 분노를 발달시키게 되고 마음의 응어리를 만들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응어리는 점점 더 단단해져 엉뚱한 상황이나 대상을 향해 폭발하게 되고, 때로는 우리 자신을 향해서까지 파괴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층간소음 때문에 또는 운전 중에 다른 차가 끼어들기를 했다고, 심지어는 길을 가다가 자기를 쳐다봤다는 이유로도 상대를 공격하고 살인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화는 화를 담고 있는 그릇을 부식시킨다”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화는 상대에게 던지기 위해서 달구어진, 뜨거운 석탄을 잡는 것과 같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화가 더는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일찍이 서산대사는 “一念嗔心起 百萬障門開·일념진심기 백만장문개”, 즉 “한순간 화를 내는 마음에서 백만 가지 장애의 문이 열린다”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화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애를 쓰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도리어 화가 더 많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과 “나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상대방이 자꾸 나를 화나게 한다”고 생각하고 상대에게 더 심한 공격성을 품게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화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화가 더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계속해서 화가 나는 경우, 명상을 통해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명상을 통해 화의 독성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라는 딱딱한 감정 이면에는 부드러운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두개골이 뇌의 중요한 부위들을 보호하고 있듯이, 화는 대개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이나 외로움, 상실감 등 연약하고 부드러운 느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겨난 딱딱한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우리의 몸을 통해서 체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의 감정 이면에 있는 부드러운 느낌 발견하기

명상을 통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이나 화의 감정 이면에 놓여있는 부드러운 느낌들을 발견하는 실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여러분의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가 봅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2∼3번 하면서 몸의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그런 다음, 지금도 생각하면 여전히 화가 나는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화내지 않고 내려놓고 싶은 관계를 한 가지 선택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생생하고 자세하게 그 사건의 세부상황을 떠올리면서 화의 감정과 접촉하고 그 감정을 여러분의 몸에서 느껴봅니다. 그런 다음 마음속으로 여러분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 내려가면서 몸의 어느 부위에서 화의 감정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지 발견해 봅니다. 이때 화를 내는 것이 옳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에 휩쓸리지 말고 그냥 화나는 감정을 충분히 인정하도록 합니다. 여러분이 화를 느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에게 “그때 화가 났었구나! 괜찮아, 그건 자연스러운 인간반응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도 있습니다.

몸에서 화의 감정을 발견했으면, 이제 딱딱한 화의 감정 덩어리를 벗겨버리고 그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 아픔이 있는지, 두려움이 있는지, 아니면 외로움이나 슬픔이 있는지를….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참가자 한 분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30대 후반에 있는 이 여성은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몹시 화가 났던 사건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그 사건을 아주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억해 냈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의 화난 감정을 몸을 통해서 느껴보려고 했을 때, 가슴에서 가장 강한 반응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가슴을 향해 ‘화가 많이 났었지?’라고 말하면서 가슴으로 다가가는 순간, 가슴이 ‘아니, 놀랐었어!’라고 말하더라는 겁니다. 순간, 그는 충격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화가 났던 사건을 떠올렸기 때문에 가슴에서도 당연히 화의 감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가슴은 의외로 화난 것이 아니라 ‘놀랐다’고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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