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시작 위해 하원 동의 필요 의회 내 다수 테메르에 우호적 유죄 땐 최장 12년형 받을수도
브라질 현직 대통령 최초로 검찰에 기소된 미셰우 테메르(사진)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이 드라마를 쓴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7%까지 지지율이 하락해 정치권 안팎에서 퇴진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내년 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브라질이 또다시 정치적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27일 테메르 대통령은 TV 성명을 통해 검찰의 기소 통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브라질 최대 육류 가공업체 JBS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검찰이 드라마 같은 서사를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내가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증거가 불충분하고 주장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저지르지 않은 일로 나를 비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며 “내 목표는 브라질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대표를 만나 대화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 왔다. 테이프에는 △테메르 대통령이 JBS에 세금과 대출 혜택을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금품을 계속 제공하라고 요청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로 총 15만2000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챙겼고, 향후 9개월간 JBS로부터 1150만 달러(약 130억7000만 원)를 받으려고 조율 중이었다고 보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이 검찰에 기소됐지만 재판을 받기 위해선 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원 의석 3분의 2(513석 중 342석) 이상이 동의하면 비로소 재판 절차가 진행돼 6개월간 직무가 정지된다. 전문가들은 테메르 정권에 우호적인 하원의원이 의회 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 선거를 의식해 민심에 따라 하원의원들의 결정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죄 판결이 나면 테메르 대통령은 벌금 300만 달러(약 34억2000만 원)에 최소 2년∼최장 12년 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또다시 브라질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차질을 빚게 됐다. 유럽의회 의원 20여 명은 이날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브라질이 정치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자유무역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 달 말부터 순번 의장을 맡게 되는 브라질이 정치적 불안정에 빠진 상태에서 협상에 주력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