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담 北核협의 전망

韓 ‘동결 - 보상 - 폐기’ 단계론
美는 비핵화 일괄해법 선호해
‘압박 - 관여’ 사이 접근법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핵 동결을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삼고, 한·미 간 협의에 따라 북한의 행동에 따른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방식의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최근 대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소한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는 약속해 줘야 그 이후에 본격적인 핵 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핵 동결을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하면 핵 동결에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가지 단계에서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언급했던 북핵 동결 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북한이 북핵 동결 및 폐기를 위해 움직이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 특보가 주장하는 입구론적 접근법을 문 대통령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동결에 대응해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아니면서 한·미가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해 한·미 협의 없는 대화 시도나 지원은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시도가 대북 제재나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본질적 문제는 미국이 문 대통령의 단계론적 해법보다는 일괄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북한은 미국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것은 바로 비핵화”라고 밝힌 바 있다. 1993년 북핵 위기 이후 동결-검증-폐기라는 단계론적 접근 방법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결국은 다 실패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더구나 오토 웜비어의 사망 이후 미국 내에서는 북한 응징 여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정부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가 단계론적 북핵 해결법과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양측이 공통의 접근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해법은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여 정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북핵 동결 수준이 아니라 확실한 비핵화 의지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많아 양측이 구체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전망도 상당하다.

워싱턴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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