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선언’ 홍콩 부호 리카싱 회장, 대학 졸업식 축사 화제

“어리석은 사람이 ‘금수저’를 부러워한다. 환경을 탓하는 건 출발선부터 지는 것이다.”

홍콩 출신으로 한 세대 동안 아시아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던 리카싱(李嘉城·89·사진) 청쿵(長江)그룹(CK허치슨홀딩스) 회장이 내년 일선 퇴임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산터우(汕頭)대에서 연 졸업식 축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27일 산터우대 졸업식에 참석해 “우둔한 자는 무엇을 할 지만을 생각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무엇을 이룰 것인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생각한다”면서 젊은이들에게 “환경을 탓하는 것은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지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터우대 명예 이사장으로 16년째 졸업 축사를 한 리 회장은 “내년이면 나는 90세로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알았고 일생을 큰 뜻을 품고 살았다”면서 “젊은 시절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최선을 다했고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고속 성장이라는 변화의 격랑 속에서 난관을 극복하고 기회를 잡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리 회장은 “어리석은 사람은 어지럽게 놓인 돌 앞에서 ‘돌’만을 보고 현명한 사람은 그 사이를 흐르는 ‘물’을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리석은 사람들은 세상을 원망만 하며 부자 부모를 만나 출발선부터 다른 사람을 앞서는 ‘금수저’를 부러워하기만 한다”면서 “그러나 스스로 길을 만들지 않고 열린 길이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것은 이미 출발부터 패배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고단함과 괴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또다시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 회장은 광둥(廣東)성에서 태어나 국공내전 당시 홍콩으로 이주했으며 15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중학교는 중퇴한 뒤 무일푼에서 시계 외판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해 거부가 된 자수성가의 신화적 존재다. 홍콩의 주요 산업 중 하나였던 플라스틱 조화 사업부터 시작해 부동산과 항만 등 사업을 확장해왔으며 중국의 개혁 개방과 맞물려 중국에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아시아 최고 부호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로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맞는 가운데 그도 아시아 최대 부호의 자리를 중국 대륙 부호에게 넘겨줬다.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투자의 귀재라는 평을 받는 그가 2015년 중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하는 와중에 중국에 투자했던 막대한 자금을 빼내 유럽에 투자하면서 중국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그는 내년 90세 생일인 2018년 7월을 즈음해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장남인 빅터 리(52) 청쿵그룹 부회장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인공지능(AI), 3D 프린터,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공부와 투자, 각종 자선사업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본사 고문과 리카싱기금회 회장으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