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29일 북한의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 자국 금융회사들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 본점이 3일 제재 이후 첫 영업을 시작한 가운데 현지 거래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29일 북한의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 자국 금융회사들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 본점이 3일 제재 이후 첫 영업을 시작한 가운데 현지 거래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긴장감 도는 단둥은행 르포

시민들 “핵실험 등 잇단 도발
우리만 피해… 불안감 가중”
네티즌 “中자체 제재했어야”

中 “안보리 결의안 위배 땐
스스로 조사하고 처리할 것”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후 첫 영업일인 3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번화가 진산다제(錦山大街)의 단둥은행 본부는 긴장감이 돌았다. 은행 앞에서 만난 단둥 시민들은 “미국이 단둥은행을 제재한 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이 소식에 대해 통제하는 이유도 있으며 이 은행이 북한 관련 기업들과의 음성적인 거래 외에는 국제적인 업무를 거의 취급하지 않는 점도 작용했다. 은행 직원에게 외환 거래를 문의하자 “우리는 지역 은행이라 외국에 대한 달러 송금 업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은행이 미 재무부의 제재를 받게 된 데는 지난해까지 이 은행의 지분을 보유한 단둥 훙샹(鴻祥)그룹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단둥은행은 2012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미국의 대리계좌를 통해 총 25억 달러(약 2조8600억 원) 이상 금액을 거래했는데 이 가운데 개인과 기업 거래액 7억8600만 달러 중 북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 기업의 거래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미 재무부는 판단했다.

아직 뱅크런 현상이 가시화하지는 않았으나 관계가 밀접했던 훙샹그룹의 지분이 빠지고 북한 관련 거래가 위축되면서 단둥은행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대북 거래는 중국 기업 및 개인의 차명을 통해 이뤄져 왔으나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제재로 이미 위축된 가운데 이번에 단둥은행과 관련 개인들까지 제재를 받으면서 이제는 ‘큰손’들이 자금을 빼는 등 더욱 몸을 사리면서 북한의 자금줄이 얼어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는 단둥은행 자체에 대한 조치라는 의미 외에도 본보기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인 파급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둥과 북한을 오가며 7년간 북한과 무역을 해 온 중국인 처(車)모 씨는 “갈수록 무역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개방경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단둥이 북·중 무역으로 상당한 이득을 봤으나 지난해 4차 핵실험 이후 잇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최근에는 아예 무역을 그만두고 여행업에 뛰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제재가 점점 촘촘해져 특히 돈 되는 광물 무역이 거의 차단된 점 때문에 타격이 크다”면서 “북한 측에서 외화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점도 무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달러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무역업자는 지난 2월 중국 상무부가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금지를 발표한 데 대해 “안보리 제재는 1년간의 수입량을 정해 놓은 것인데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다다른 상한선이 올해 들어서는 2월에 다 차 버렸다는 게 말이 되나”라면서 “이는 사실상 중국이 단독 제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단둥의 북·중 무역 등 지방 경제를 희생하면서 엄격히 제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4차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나온 직후의 모습과 비교할 때 단둥에서 북한 관련 색채가 눈에 띄게 옅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번화가에 위치한 호텔 식당에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한복을 입고 근무했으나 1년여 새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됐으며 광장 한쪽에 위치했던 색동 치마저고리 조형물도 철거됐다. 단둥 토박이 택시기사 류(劉)모 씨는 “진싼팡(金三반·김씨 집안의 3대 뚱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지칭) 정말 짜증난다. 중국이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고 북한을 도왔는데 어떻게 매번 말도 안 듣고 핵실험 한다고 해서 단둥이 피해를 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단둥은행 및 관련 중국인 인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에 관해 “잘못된 결정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안보리 결의안에 위배되는 행동이 있다면 스스로 조사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북 제재를 스스로 더 엄격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관련 보도는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한 보도만 몇 건 검색이 가능해 중국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웨이보(微博)에서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북한과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면 중국이 먼저 나서서 스스로 제재했어야 했다”는 의견과 함께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다니, 미국 땅을 사버려서 보복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겨우 단둥은행을 제재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 단둥은행은 다른 성과도 거래가 거의 없을 텐데 미국과의 거래를 끊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제재가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둥=글·사진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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