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디자이너서 공연 연출가로 변신한 정구호

“나는‘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음엔 창작오페라 하고싶어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진행”


“첫 오페라 연출작인 ‘동백꽃 아가씨’에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변사를 포함시키고 무대는 직사각형이 아닌 원형으로 제작했어요. 공연계 외부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시도죠.”

정구호(사진)가 오페라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국립무용단 ‘묵향’ ‘향연’ 연출로 성공을 거둔 그지만 이번에는 음악적 요소까지 결합된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총연출을 맡았다.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만난 그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조선시대 ‘동백꽃 아가씨’로 재창작할 수 있는 건 한국사람밖에 없고, 이러한 해석은 우리가 가진 권리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형 오페라의 탄생을 위해 그는 작품 중간중간 한국 무용의 요소들을 넣었고 출연진의 손동작, 얼굴표정까지 서양인이 아닌 조선시대 한국 여성의 잠잠한 내면세계에 맞춰 재구성했다. 공연시간도 원작보다 40여 분 줄이고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오페라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변사도 추가했다.

오페라 연출에 매진하고 있지만 정구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 브랜드 구호(KUHO) 전무 출신이자 휠라코리아 부사장,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등으로 먼저 알려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어떤 분야에서도 한 곳에 뿌리내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한 직업군으로 규정하지 않고 창작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부른다. 그는 “어장에 갇힌 물고기들이 죽어갈 때 미꾸라지 한 마리 넣으면 다 살아남는다고 한다. 내가 하는 것은 바로 그렇게 정체된 문화예술 분야에 활력을 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정구호의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오페라에 도전한다고 하니 국악하는 친구가 ‘너 나중에 뭐 되려고 그러냐’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는 거 같다”며 웃었다. 대학생 때부터 오페라는 시즌 티켓을 끊어놓고 볼 정도로 좋아했다는 그는 우선 “이번 공연을 잘 마무리한 뒤 창작 오페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 쪽으로는 2년에 한 번씩 개인 전시를 열고 있고 영화 분야에서도 작품의 총 연출을 한번 해봤으면 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작품이 언제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될진 모른다”고도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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