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서 이례적 합동연설
총선 비례대표제 도입도 제안
“새로운 길 나설 준비 돼있어
年內 제도변화 추진 기대”
야권 “파라오·소년왕” 비판
올해 프랑스 총선에서 공천 혁신으로 정치 신인을 대거 등장시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 한 번 낡은 정치에 칼을 빼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의원 정원의 3분의 1을 감축하고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개혁에 이어 정치개혁까지 화두가 되면서 프랑스 사회에 일대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3일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가진 상·하원 합동 특별 시정연설을 통해 “프랑스는 이제 근본적으로 새 길을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린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며 “(의원 정원 감축·비례대표제 도입이) 의회 활동의 전반적인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강력한 정치개혁 추진은 과거 국회의원 의석수 감축 및 특권제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던 한국의 현실과는 대조된다.
프랑스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임기 5년의 하원의원을 577개 선거구에서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되는 임기 6년의 상원의원 348명까지 포함하면 의원 수는 1000여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그간 프랑스 사회에서는 일종의 기득권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의회의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목표 시점과 방법은 물론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는 “연내에 제도 변화가 추진되길 기대한다”면서 “이 같은 개혁은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지겠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국민투표에라도 부치겠다”고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그의 제안이 실현된다면 현재 577명인 프랑스 하원의원 수는 385명으로, 현재 348명인 상원의원 수는 232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차기 총선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해야 모든 경향들이 의회에서 공정하게 대표될 수 있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역설적이게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보는 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마린 르펜이 이끌고 있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일 것으로 예상된다. 1958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도입한 총선 결선투표제도는 극단적인 정당의 선전을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소수 정당엔 불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중도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프랑스 매체 ‘더 로컬’ 등은 “급진적으로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마크롱 대통령을 고대 이집트 전제군주에 빗대 ‘파라오’ 혹은 ‘소년왕(boy-king)’이라고 비난하는 야권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2015년 연쇄 테러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도 올가을 해제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시에도 정보기관과 대테러 당국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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