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동포 식당 주인은 기자에게 “당국에서 조사 나와서 여기 한식당 이름에 서울, 한국 할 때 한(韓)이라는 글자를 다 빼라고 했다. 이미 ‘한국성’ 간판도 떼버렸고, 얼마 전에는 잡지에 광고를 하려는데 ‘한’ 자가 들어가면 광고를 실을 수 없다고 주소도 못 쓰게 해 어디 건너편이라고 써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식이라고 할 때 ‘한’도 못 쓰게 하는데 간신히 안 보이는 데다 작게 써놓고 한글 간판만 그대로 두는 바람에 단속 나온 ‘떼놈(되놈)들’이 못 알아보고 그냥 갔다”며 씁쓸히 웃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 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조치를 계기로 달라진 풍경이다.
압록강변으로 가면 강 너머로 북한 신의주 땅이 보인다. 강변에는 북한 식당이 열 곳도 넘는다. 또 북한 물품들 판매하는 상점과 북한 일일관광과 유람선관광 업체 등으로 빼곡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둥을 찾는 이유는 북한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 4차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막 통과됐던 때와 달라진 단둥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북한이 운영하는 호텔이나 식당 수가 줄었고 중국 일반 호텔이나 식당에서 한복을 입고 서빙하던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자취를 감췄다. 완다호텔의 1층 식당 서빙 종업원들은 “그 조선(북한) 아가씨들은 지난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고 했다. 단둥 시내 호텔에서 CNN과 NHK, KBS 등과 함께 하나의 채널로 자리 잡고 있던 조선중앙TV도 사라졌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승합차에도 저녁이 되면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젊은 종업원들보다 저녁에 중국으로 돌아오는 관광객이 더 눈에 띄었다. 북한과의 무역이 점점 어렵다면서도 금전거래 방법에 대해 무역업자들은 입을 닫았다. “지난해 일부 은행에서는 북한에 송금한다고 했더니 어느 은행인지, 얼마를 할 것인지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하니 업자들은 “그 직원은 큰일 날 직원”이라면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 거래와 관련해 자금 세탁과 대량파괴무기(WMD) 지원 등으로 조사를 받는 랴오닝 훙샹(鴻祥)의 자회사인 단둥 훙샹은 여전히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렇게 보면 단둥은 남북한에 대한 중국의 동시 ‘제재’의 최전방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또 다른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북 무역을 하다가 어려워졌다는 한 중국인 사업가는 ‘고급 (북한) 테마 관광’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택시에 합승했던 한 중국동포 사업가는 “조선 아이들(노동자) 한 200명 데려다가 3년 전부터 피혁 공장을 하는데 너무 바빠서 한국에 놀러도 한번 못 갔다”면서 “곧 북한 종업원을 400명으로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세영 기자 go@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