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나눠주기만 하는 것일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황대철(26) 씨는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에 재학 중이다. 교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학금을 받는 근로장학생으로 생활비를 직접 벌어 충당해야 하는 고달픈 환경에 있지만, 불우한 아동을 돕는 일에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바른 청년’이다.
황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위탁 아동들의 집을 방문해 학습을 지도하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나 기부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스스로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것. 황 씨 역시 대학생이 된 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져왔다.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아 불우한 환경의 아동들에게 학습 지도를 해 주는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어요. 2015년에 지역 아동센터를 찾아가 공부방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를 했었죠. 물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대학생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재능기부가 제일 적합해서 선택했습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황 씨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많은 탓에 제대로 지도하기 힘들었다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황 씨는 1∼2명의 아이라도 제대로 가르치자고 생각했다.
“공부방 활동도 보람이 있었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을 돌봐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한 가정의 아이라도 오랫동안 만나면서 돌봐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상민(16·가명)이와 용진(12·가명) 형제를 만난 것도 이때였습니다.”
상민이와 용진이는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해맑았다. 황 씨가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사랑을 배웠다고 감사해하는 이유다.
아이들은 황 씨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요즘 부쩍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동생 용진이는 장래 희망이 게임 방송인이었는데, 지금은 의사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의사가 된 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돌봐 주겠다는 것이다.
형 상민이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상민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열정이 정말 느껴져요. 스스로 공부 계획도 세워 제게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 시키지도 않은 복습을 하기도 해요. 공부하다가 모르는 부분은 전화로 물어보기도 하고요.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이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있을까요.” 상민이는 황 씨를 롤모델로 삼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바로 수학 교사다.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서 진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는 게 황 씨의 설명이다. 황 씨 역시 아이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에 자신도 덩달아 열의가 더 생긴다고 했다. 이들 형제뿐 아니라 할머니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고 황 씨는 말했다. 할머니는 황 씨가 집을 떠나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과일이나 김치 등 필요한 음식을 꼬박꼬박 챙겨 주신다고 한다. 황 씨는 “할머니께서는 늘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씨에 오히려 고마움과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씨는 상민이와 용진이가 미소를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적이 오르는 것도 보람이 있지만, 그보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부모님의 빈자리 때문에 아이들이 위축되거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황 씨의 바람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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