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암울한 날’ 몰고온
과거의 실수 되풀이 않겠다”
北돕는 모든국가 제재 천명
군사카드 사용 가능성 커져
“中협력 작동안했다” 실망감
G20 美·中 정상회담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 한동안 언급을 자제했던 대북 군사작전 옵션(선택)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았던 무역제한을 포함한 독자 대북제재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있어 이전보다 강력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사실상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이라는 판단하에 군사적 행동부터 독자제재, 북한을 돕는 중국 등 제3국에 대한 무역제한을 포함한 ‘세컨더리 제재’까지 모든 옵션을 다 검토하는 셈이다.
특히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은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내놓은 성명 내용보다 한 발 더 강경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필요하다면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사용할 것” “다른 국가들이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은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 등 표현 수위와 내용이 훨씬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에 대북정책을 검토할 당시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던 ‘군사적 옵션’이 무게감이 커졌고,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미국의 독자제재 카드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이날 “자제(self restraint)는 선택에 따른 것으로 동맹의 지도자들이 명령을 내린다면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만큼 미국이 ICBM 발사로 기존 대북정책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북한의 돈줄을 죄는 대북제재의 핵심인 중국의 역할에 대한 강한 실망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0일 “중국의 협력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데 이어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것은 그쯤 하기로 하자”면서 중국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헤일리 대사의 발언 내용은 틸러슨 장관이 성명에서 밝힌 △신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압력 행사 △동맹과의 협력 등 3대 기조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은 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암울한 날(dark day)’을 몰고 온 과거의 불충분한 접근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중국을 포함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의 거래를 허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과 무역을 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회의장에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았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헤일리 대사에 맞서 중국의 해법인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거듭 강조했고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도 의견을 함께하면서 힘을 보탰다.
의견 교환 과정에서 흥분한 헤일리 대사는 “만약 북한의 행동에도 즐겁다거나, 북한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제재 결의에서 비토(거부권)를 행사하면 된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작심한 듯 비판하며 “새로운 대북제재결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독자제재를 예고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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