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 오후 한·독 정상만찬회담을 마치고 나오다 한국 교민을 만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 오후 한·독 정상만찬회담을 마치고 나오다 한국 교민을 만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文 “북핵·미사일, 제일 큰 걱정
제재·압박은 대화 견인 수단
평화 자체를 깨뜨려선 안돼”

‘군사적 수단’까지 언급한
美와 대북제재 온도차 노출

“빠른 반응, 위험상황 몰수도”
메르켈, 군사대응 반대 시사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독일을 방문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와 관련해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화라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ICBM 발사 후 ‘군사적 수단’을 언급하며 급격하게 강경화되고 있는 미국과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이어서 향후 제재 국면에서 엇박자 우려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시점에서 제일 큰 걱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라며 “국제적 압박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메르켈 총리에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의 공동 결의를 담아내기 위해 의장국으로서의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이끄는 수단이 돼야 하고 평화 자체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해 단기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 독일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국제적으로 강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둔 가운데 궁극적인 대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정도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독일 발언으로 드러난 상황 인식은 미국 측이 북한 ICBM 발사에 대해 내놓고 있는 반응과는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이라고 확인한 ‘화성-14형’에 대해 “거의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ICBM 여부에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또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빠른 반응이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당장의 군사적 대응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ICBM 도발에 곧바로 양국이 한·미 연합 미사일 무력시위로 대응했지만, 앞으로 공조 체제에서 엇박자가 발생할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6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밝힐 대북 구상에서도 한·독 정상회담 발언과 마찬가지 기조로 궁극적 대화 필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을 선호하더라도 현재 국면에서는 전략적으로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고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를린=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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