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체 운영 방침 세워
납부예상액 4조6000억 이를듯
도시재생사업 등에 투입 계획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정비사업 추진 시 토지나 건물 대신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기반시설을 만들어 제공해야 했던 사업 시행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 것이다. 시는 4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현금 납부액을 서민 주거안정 지원과 도시재생사업에 투입한다.

서울시는 현금 기부 채납에 대한 자체 운영 방침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기부채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 재산을 받는 것을 말한다. 사업 시행자가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로·공원·건축물 등의 기반시설을 지어 공공에 제공하면 국가나 지자체는 용적률, 건폐율, 건물 높이 규제를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정비구역 내 토지 가액 일부를 현금으로 내는 경우 기부채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반시설 조성 대신 현금으로 낼 수 있게 됐지만 시에 별도 지침이 없어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강희은 시 재생정책과장은 “앞으로 사업 시행자가 불필요한 도로나 공원 등을 만들어 제공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기부채납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며 “공공기관도 받은 현금으로 다양한 곳에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단, 현금 기부채납엔 조건이 붙는다. 먼저 사업 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공공의 수요가 있을 때는 기반시설 제공을 우선으로 한다. 또 상위 계획과 방침에서 정한 기반시설 비율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현금으로 낼 수 없다. 시는 현금 납부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검토회의를 운영할 계획이며, 정비계획 변경 시 정비계획 수립권한이 있는 구청이 서울시에 전문가 검토회의 상정 요청 후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도시계획위원회 등에 첨부,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시는 진행 중인 사업 구역 중 현금 납부가 가능한 후보지를 342곳으로 보고 있다. 사업 시행자들도 현금 납부에 적극적이어서, 현재 시와 사전 협의 중인 용산구 한강맨션아파트와 한강 삼익아파트 두 곳에서만 800억 원이 걷힐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시는 현금을 받아 서민 주거안정 지원과 도시재생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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