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지금까지와는 그 차원이 달라졌다.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 중국과의 교역 단절 불사, 최악 경우엔 독자 행동 등 3가지 원칙을 전세계에 천명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가 가진 여러 능력 가운데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이것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방향으로 진입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이긴 했다. 또, 헤일리 대사는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과 무역하는 국가들에 대한 교역을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과의 교역 중단도 불사할 수 있다는 카드를 꺼냈다. 나아가 “국제사회가 함께한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지만, 거부한다면 미국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무력 제재, 중국과는 교역 중단’이란 초강력 카드가 일회성 엄포는 아닌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일 “중국과 일하는 건 이걸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북핵 해결 노력과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맞바꿀 수 있음을 시진핑 주석에게 제안했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적극적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으면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의 미국 모습을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은 무력 사용 명분을 축적하는 한편, 중국 등의 거부권으로 유엔 결의가 어려우면 독자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곧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원유 공급 중단 등 중국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 사드 문제 등 얼굴을 붉힐 일이 있을지 모르나, 북핵·미사일 문제가 국가 안보의 최우선 순위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5일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는 등 대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안보 멘토로 불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했다. 지금은 대화 운운할 때가 아니다. 북한 체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압박이 없는데도 김정은이 핵 야욕을 버릴 가능성은 없다. 그런 상태에서 어정쩡한 대화는 핵 개발을 위한 시간과 돈을 갖다 바치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분명한 현실을 직시하고 압박에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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