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자부, 대구 엑스코서 규제혁신 현장토론회
외곽유휴지에 버스 기·종점지
영구 구조물 설치하는 건 불가
법 고쳐 직원 식당 건립 허용을
팔 장기이식 수술 성공했지만
건보심사평가원 등록 코드없어
면역억제제 매달 150만원 부담
대구의 A업체는 최근 낙동강 하천변 둔치에 53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려다가 큰 난관에 부닥쳤다. 이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하천에서 나무 심기 및 관리에 관한 기준’에서 정한 ‘키 큰 나무 심기 기준’을 준수해 지주대를 가로 25m, 세로 50m씩 각각 띄워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대표는 “이 기준대로라면 설치 간격이 너무 넓어 설치가 불가능하고, 안전성 검토에 필요한 과도한 용역비(5억 원 이상)로 인해 중소업체로선 사업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업체가 사업을 포기할 경우 대구 지역에선 100여 명의 고용 창출과 연간 7000만 원가량의 민간투자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야 할 판이다.
이처럼 대구 지역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지역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거나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규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토론회의 첫 번째 세션에선 하천 둔치 내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규제 완화, 상수원 보호구역 내 친환경 수상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주제가 다뤄졌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키 큰 나무 심기 기준’과 관련해 “부유물에 의한 댐화 현상으로 하천이 범람할 것을 우려한 규제로 보이지만 홍수 시 수위와 수량, 부유물 형태 등 과학적 검증을 거쳐 태양광발전 시스템 설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이고 지역적 특성에 맞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개정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스운송조합에선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복지 향상과 관련된 규제를 거론했다. 대부분의 시내버스 기·종점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도심 외곽지 미개발지역의 유휴지를 이용하므로 근처에 일반식당이 없다. 하지만 각종 개발사업과 도심 확장 등으로 교통체계가 자주 바뀌어 식당과 같은 영구 구조물을 설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시내버스 기·종점지에 한해 직원용 식당과 휴게실 용도의 가설 건축물 설치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달라는 게 버스업계의 요구다. 규제 개선이 이뤄질 경우 대구 지역 시내버스 26개 업체에 종사하는 3700여 명이 복지 향상의 혜택을 얻게 된다.
두 번째 세션에선 장기 이식 대상을 팔·다리로 확대하는 문제와 재활 로봇 분류기준 마련 등 대구 지역의 중심 산업인 첨단의료 관련 규제가 논의됐다. 팔·다리 장기 이식은 지난 2010년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로 선정됐으나, 이식에 관한 법률에 ‘팔’ ‘다리’가 없어 의료법 위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법에선 장기 이식의 범위를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골수, 안구 등으로 한정해 놓았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팔 이식 수술에 성공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코드가 없어 환자가 매일 투약해야 하는 면역억제제 비용이 매달 150만 원 이상 드는 등 재정적 부담이 큰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이식법 시행령에 손과 팔을 포함하는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다리의 경우 이식 수요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국가 관리 및 규제의 필요성이 없고 행정비용만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도가 개선되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환자 7021명에게 팔 이식수술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 세션에선 △복어 가공품 취급 음식점의 조리사 고용부담 완화 △종량제 봉투 판매지역 확대를 통한 주민 불편 해소 △노인복지관 설치 시 시설 및 인력기준 완화 △영업장 변경신고 미이행 미용업소의 행정처분 기준 완화 등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사항이 주로 논의됐다.
김 장관은 이날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우리로선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숨어있는 해묵은 규제를 걷어내는 일이야말로 필수 과제”라며 “기업 현장의 규제 개선 체감도를 높이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는 등 지방규제를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김현기 행자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 ‘새 정부 지방규제 혁신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기업이 직접 개정·폐지를 요구하는 규제개폐청구권 도입, 지방규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규제권한의 지방 이양 등이 포함됐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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