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집회를 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집회를 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 다양성·사학 자율성 확립 취지로 전국 46개校 지정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문제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계와 학부모·시민단체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자사고, 외국어고(외고)가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경쟁 교육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해 폐지 추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가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교육 차원에서 폐지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다만, 향후 교육정책을 논의하게 될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혀 향후 찬반 진영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리 싸움이 예상된다.


1 자사고 역사와 현황

‘자율형’ 사립고는 ‘자립형’ 사립고를 원조로 한다. 자립형 사립고는 2002년 고교 다양성과 사학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설립됐다. 이후 2008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직원 채용이나 학교 재정운영 등의 자율성을 확대한 자율형사립고 설립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보고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월 고교체계 개편에 따라 자사고 지정이 시작됐다. 현재는 전국에 46개교가 자사고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인 23개 학교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 다음으로는 대구에 4개교가 지정돼 있고, 전북이 3개교, 인천·대전·울산·경기·충남·경북이 각 2개교, 부산과 광주·강원·전남이 1개교씩 보유하고 있다. 자사고처럼 교육 과정에 자율성이 보장돼 있지만 공립학교인 자율형공립고(자공고)도 있다. 자공고는 교장을 공모제로 선발하며, 교육청 등으로부터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받는다.

2 자립형사립고와 다른 점

‘자립형’의 대부분은 ‘자율형’으로 전환되면서 폐지됐다. 가장 큰 차이는 학교 자율성이 보다 강화됐다는 점이다. 당초 자립형사립고는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모든 학교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교육 관련 법규에서 벗어나 학교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된 학교다.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고 재단 전입금으로 학교 스스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학생 선발이나 교사 선발 및 교육비도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학교별 특성에 따라 전국단위, 지역단위 또는 전국·지역단위로 학생 선발이 가능하다. 수업료를 일반 고등학교의 3배 이내에서 받을 수 있으며, 영재성 검사·심층면접·구술면접·내신 등 지필고사를 제외한 다양한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자립형사립고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지만, 자율형사립고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결정한 최소 이수단위만 충족시키면 그 외 교육과정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자율형사립고는 1학년 때 학습하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학교에서 50%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2∼3학년 때 학습하는 선택중시교육과정은 100%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3 전국·광역단위 선발방식 차이

자사고는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와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로 나뉜다.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는 6일 현재 총 36개교이고, 거주지역 내에서만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광역단위 자사고 입시는 ‘추첨+면접(12개교)’ ‘추첨(5개교)’ ‘면접(3개교)’ ‘전원합격(2개교)’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초기에는 ‘내신 상위 50% 이내만 지원 가능’이란 규정이 있었지만, 현재는 폐지됐다. 내신 9등급이라 하더라도 지원만 하면 추첨 등을 거쳐 입학할 수 있다.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는 민족사관고(민사고)처럼 기존에 자립형사립고로 운영되다가 전환된 자사고를 포함, 현재 총 10개교다. 용인외고, 하나고, 상산고, 민사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북일고, 인천하늘고, 김천고, 광양제철고 등이 전국단위 자사고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9월부터 11월에 걸쳐 전형을 시행하며, 학교별 원서접수 기간이 다르다. 전국단위 자사고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내신이 3∼5% 안에는 들어야 한다.

4 자사고 재지정 평가 방식

자사고 재지정 평가방식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각자 정한 방식에 따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운영성과 평가에서 미흡한 결과를 받아 ‘2년 지정 취소 유예’ 조치를 받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자사고 3곳에 대해 지난달 28일 재지정을 발표했다. 재지정 평가방식은 2015년 당시의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을 같게 적용했다. ‘중장기 학교발전계획과 건학이념의 구현 노력(8점)’ ‘학생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충실성 (7점)’ ‘학생 충원·유지를 위한 노력(11점)’ ‘교육과정의 다양성 확보 노력(8점)’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적절성(8점)’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8점)’ ‘교원 충원 및 능력 개발을 위한 노력 (8점)’ ‘학교 재정 운영의 적정성(6점)’ ‘학생 재정지원 현황(9점)’ ‘시설 확보 및 활용(5점)’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12점)’ ‘교육청 역점사업 운영(10점)’ 등이다. 평가항목을 정성 또는 정량 평가해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는 학교는 재지정하는 평가방식이 적용됐다.

5 특목고와 특성화고의 차이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에서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정의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와 달리 특목고에서는 과학, 외국어, 수산, 해양, 예술, 체육 등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를 미리 학생들에게 습득시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조기 양성하는 게 목표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국제고, 마이스터고 등의 특목고가 있다.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가 신설됐다. 유망분야의 특화된 산업 수요와 연계해 예비 마이스터를 양성한다는 취지의 학교다. 규정상 과학영재학교는 특목고가 아니지만, 입시 목적의 분류 편의상 특목고로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목고를 일반적으로 과학 계열인 과학고와 외국어 계열인 외국어고를 지칭할 때 주로 쓴다. 실업계 고등학교인 공업, 상업, 농업 계열은 2010년 이후로 직업교육 전문 특성화고로 전환됐다.

6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이유

문재인 정부와 일부 진보교육감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장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우는 이유는 ‘일반고의 정상화’다. 정부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으면 고교 평준화 체제를 위협하는 수직적 고교 서열화 현상이 고착화할 것으로 본다. 수직적 고교 서열 중 높은 단계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초등학교 단계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초등학교, 중학교가 자사고 입시를 위해 국·영·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획일화된 입시 위주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문제로 꼽는다. 자사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의 성행’ ‘사회적 위화감 심화’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필요한 이유로 든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도 자사고 운영이 교육활동이나 학교 및 공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다수가 일반고 전환을 희망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2014년 ‘자사고 공교육 영향평가 설문조사’에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67.1%나 됐다”고 밝혔다.

7 전환 반대 이유

자사고 폐지 반대론이 제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다양성 확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교육제도가 있어야 하는 데, 정부가 오히려 획일화와 하향 평준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우수 인재들을 양성하는 수월성 교육제도가 사라져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포함된다.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 등에 대해서도 폐지 반대 측에서는 “고교 서열화가 자사고 때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고교 서열화가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학벌 중시’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교 서열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지역 거점 역할을 해 왔던 자사고가 없어지면 소위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역시 자사고나 외고에 가던 우수 학생들이 일반고로 몰릴 경우 내신 불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일반고 상당수가 이미 우열반을 따로 운영하면서 수월성 교육을 하고 있는 상황도 자사고 폐지 반대의 한 이유다. 우수한 학생들의 교육 욕구를 해소해 주던 자사고가 폐지되면 이들 학생이 해외로 나가거나, 명문 일반고가 몰려 있는 지역으로 대거 몰릴 것이라는 이유도 있다.

8 전환은 어떻게 하나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근거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대통령령)을 개정하면 된다. 해당 시행령 제105조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에 따르면, 교육감은 요건을 충족하는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를 지정·운영할 수 있다. 교육감들은 일반고 전환을 위해 ‘지정 취소하는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부터 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감들이 5년마다 이뤄지는 성과 평가에서 적극적으로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부터 차례로 일반고로 전환하면 진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후기로 나뉜 선발방식을 규정한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사·특목고가 일반고에 앞서 전기 선발을 할 수 있게 규정한 시행령만 개정하면 자사·특목고부터 지원하고 탈락 후 일반고로 진학하는 문제를 해결해 자연스럽게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9 서울시교육청의 전환 제안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지역 4개 자사고에 대한 운영성과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교체제 단순화 실행방안을 제안했다. 그중 하나로 자사고와 외고에 대한 혁신방안도 내놓았다. 조 교육감은 두 가지 방안으로 △자사고의 즉각적이고 일괄적인 일반고 전환 △정책 일몰제 방식에 따른 연차적 전환을 제시한 뒤 “정부가 전환 방식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즉각 전환 방안은 말 그대로 자사고 설립 근거가 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근거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자사고를 일괄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에 따라 그만큼 혼란의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혼란의 강도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조 교육감도 이를 우려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를 고교 유형에서 삭제한다고 해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연착륙’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정책 일몰제 방식으로 5년마다 도래하는 평가 시기에 맞춰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연차적 전환 방식이 이런 우려를 고려한 두 번째 제안으로 풀이된다. 충격을 단계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일선 학교의 혼란은 줄어들겠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자사고 및 학부모 단체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 정책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제기된다.

10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은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절대 평가제로 바꾸고, 장기적으로 자격고사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현 정부 교육 정책 가운데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제도 변화 중 하나다. 절대 평가제는 100점 만점일 경우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 등 일정 점수를 넘으면 같은 등급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수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추진 이유다. 이 밖에도 학생 수 대비 백분율로 석차를 9개 등급으로 나누는 상대평가에서 교과목별 성취 수준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비롯해 대학 수업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가 문 대통령의 주요 교육 공약이다.

임대환·정유진·이용권·이해완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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