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학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재확인하면서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구조개혁(改革)의 후퇴와 저성장, 정부 재정 악화 및 지정학적 위험의 증가를 우려했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프랑스와 같고,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로 외국인들의 자금이 유입된 이유다. 그동안 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6월 말 기준으로 주식·펀드 순매수 규모가 1조5000억 원으로 2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환율도 다시 오르고 있다. 자금 유출의 전조는 아닐까.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우리나라 자금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기업 실적 호조와 국제 주식시장의 강세 기조로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투자액도 늘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6월 위기설로 금융시장은 긴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디스의 경고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보인 행보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국민연금이 대기업 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의 신호탄을 쏜 것처럼 발언의 시점도 절묘하다.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투자하면 자본시장은 어디로 갈 것인가.

구조조정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매출액도 줄고 적자도 확대되는 기업에 또다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으로 혁신하긴커녕 비생산적인 곳에 기약도 없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생산성이 올라갈 수가 없다. 오히려 경제 역진(逆進)이 우려된다.

구조조정 성공의 마중물은 노동시장 유연화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실업자가 늘었으나, 이들은 갈 곳이 없다. 새로운 산업은 아직 정착되지 못해 많은 임금을 줄 수 없다. 열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청년이 수당 받으며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공무원 시험 보면, 벤처기업과 신규 소기업은 누구를 고용할 수 있겠는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고, 전체 저임금 근로자의 총소득은 줄어든다.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 사람들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다. 재정 투입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면 민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재정은 악화한다. 저성장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물가도 목표 수준인 2%대에 근접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통화정책의 여력은 그만큼 없어진다.

문 정부는 대안 마련에도 실패하고 있다. 혁신적 산업들의 가격 규제는 치명적이다. 통신·금융 등 혁신을 주도해야 할 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로드맵도 없이 탈원전을 정치적으로 전면에 내세워 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민주노총은 ‘사회적 총파업’을 선언했다. 6일 현대차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모든 문제가 정치화해 문 정부로 향하고 있다. 문 정부 내에서는 어떤 개혁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구조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그리고 국가 혁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침묵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부의 즉흥적 대응으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세계 경제는 이제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다. 문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혁을 통해 경기 상승의 파도를 타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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