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산업부 협조공문
사실상 행정명령 다름없어”
안전法 아닌 에너지法 근거
공기업에 중단 강요하는 셈
민사·상법상 막대한 책임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는 13일 열릴 이사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중단 안건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한수원 이사회에서도 정부의 ‘건설 중단 협조’ 공문이 절차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절하지 않은 법률을 근거로 한수원의 합리적 판단을 압박하는 것은 “형사상 배임 행위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11일 에너지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가 한수원에 보낸 이른바 ‘협조 공문’은 사실상의 행정명령에 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기본법의 ‘공기업은 국가 시책에 적극 협조할 수 있다’는 조문 내용을 근거로 한수원에 건설 잠정 중단 협조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이 공문이 강제성을 갖고 있으며, 공기업인 한수원의 합리적 판단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 시책에 대한 공기업의 협조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건설 중단’ 조치는 안전상 문제를 검토해 ‘원자력 안전법’에 의거해 이뤄져야 하고, ‘에너지 기본법’을 근거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기본법을 들어 공기업(시장형)인 한수원에 건설 중단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건설 중단은 계약에 대한 책임이 따르며, 계약이 적법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 한수원 이사회가 중단을 결정하면 민사상·상법상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절하지 않은 법률을 근거로 정부가 한수원에 건설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며 “한수원 이사회가 위법한 행정명령에 따라 중단 결정을 내린다면 형법상 배임죄는 물론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나 기관 간의 갈등을 풀어야 할 국무조정실이 오히려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모양새도 부적절한 데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법적인 절차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에너지 기본법을 개정해 정부의 탈원전 철학을 먼저 담는 게 순서인데 ‘정부 시책의 입법 절차’를 배제하고 무작정 정책 속도만을 위해 신고리 5·6호기 중단부터 결정하는 것은 ‘법치행정’을 무시한 행위라는 비판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