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 분위기 속에서도 결국 북한은 5차 핵실험에 이어 레드라인으로 간주되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은 ‘감내할 수 없는 강력한 제재’를 천명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대화와 협상’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의 체제 보장과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을 압박하던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화’ 기조의 베를린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북핵(北核) 해법은 더욱 더 복잡해졌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견고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의 주도권 확보에 공을 들였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에 합의하면서 미국을 설득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대북 대화를 강조하면서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 방문 때 사드(THAAD) 배치에 의심을 품고 있던 미 상하원 정치지도자들에게 ‘한·미 동맹 차원의 약속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한국 정부의 주권 사항’이라는 말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말은 당장 중국을 자극했다. 문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에 대한 재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은 지난 6일 베를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확실한 속내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전례 없이 ‘북한은 혈맹’이라는 말을 문 대통령에게 건넸다. 더 이상의 중국 역할은 없으며, 결코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문 대통령의 사드 보복 재고에 대해서는 ‘국민 감정’ 운운하며 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사드 철회를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한국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속히 완벽한 핵보유국 시스템을 완비해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가지려 한다. 중국 말도 듣지 않는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리 만무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채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도 필요 없어진다. 중국이 주장하는 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지라는 2개의 중지(雙暫停·쌍잠정)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은 바로 이 연장선에서 펼쳐지는 중국의 셈법이다.
중국의 이러한 속셈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독자적 대북 제재를 추진할 태세다. 북핵 해법에 있어 미·중·러 3국이 팽팽히 맞서면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북한의 추가적 도발 공간만 열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4월만 해도 북한은 미·중 공조에 바짝 긴장했었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리 없으며, 중국이 있는 한 미국의 대북(對北) 군사공격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의 미·중 줄다리기 속에서 북한은 이 두 가지 믿음이 여전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에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북핵 해결은 분명히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일이 최초로 북핵 관련 공동성명을 내놨듯이, 모처럼 지속되는 제재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때다. 구체적 실천 전략 없이 베를린 구상의 진전에 조급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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