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불신하나” 말까지
‘대통령이 기획재정부를 불신하는 것 아닌가?’
13일 세종 관가(官街)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청와대 재정기획관·경제수석, 통계청장 등 경제 관련 요직(要職)에 기재부 출신 인사를 내보내는 데 잇따라 실패하면서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를 제외한 정부 내 장·차관급 자리에 기재부 출신 인사가 등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유일하게 재정을 다루는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재정기획관(차관급)에는 연구기관 출신인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선임됐다. 전통적으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많이 임명된 청와대 경제수석에도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창자라는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임명됐고, 기재부 산하 기관인 통계청 수장에도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유관 또는 산하 기관에 기재부 출신 인사가 임명되면 차관보급(1급)과 국장급 인사를 단행하려던 기재부의 구상도 수포로 돌아갔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기재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개혁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문 대통령이 기존 경제 관료의 대명사 격인 기재부 출신 인사의 등용을 꺼린다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 전에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인사에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기재부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차관보·예산실장·세제실장 등 1급 인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경제정책국장, 다른 부처와의 정책 조율을 담당할 정책조정국장 등이 모두 공석이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특혜 의혹’에도 기재부가 일부 책임이 있는 것처럼 거론되면서 기재부 구성원들의 자존심도 크게 구겨진 상태다.
그러나 향후 1∼2개월 내에 기재부가 내놓아야 할 과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앞으로 관세청장·조달청장 등 산하 기관 인사에서도 기재부 출신이 등용되지 못하면 기재부는 경제 총괄부처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사실상 ‘무관(無冠)’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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