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시내에서 운전하는 이란 여성. 자료사진
테헤란 시내에서 운전하는 이란 여성. 자료사진
정부 “허가없이 경찰 못 들어가”
사법부 “공공 장소라 착용 의무”


“자동차 안은 사적 공간일까, 공적 공간일까?”

뜬금없어 보이는 이 질문이 이란의 새로운 국가적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안을 ‘사적 공간’이라고 주장하며 차 안에서 ‘히잡(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 쓰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운전자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히잡 착용을 단속하는 경찰과 이를 거부하는 여성운전자들 사이의 실랑이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면서 ‘공권력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고, 자동차 안을 공공장소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이란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1일 보도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1979년) 이듬해인 1980년부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최근 이란 여성들의 인권 의식이 성장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머리가 아닌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란에는 여성들의 전통 복장을 단속하는 이른바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이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일수록 도덕경찰과 이란 여성운전자들 사이의 갈등이 잦아진다. 외신은 “도덕경찰이 단속을 통해 벌금을 부과하거나 차량을 일시 압수하기도 하지만,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이란 여성운전자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여론과 정부·의회는 자동차 안은 사적 공간이라는 입장이다. 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연설에서 “경찰은 (히잡 착용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단속이) 신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그건 경찰이 신경쓸 바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야햐 카말포울 국회의원도 “자동차 안은 사적 공간이며, 경찰이 법원의 허가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강경성향의 이란 사법부와 경찰이 자동차를 공공의 장소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쟁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디언은 “개혁주의 로하니 정부와 보수주의 사법부 인사들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이 여성운전자의 히잡 착용 문제가 떠오르며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많은 제재 속에서도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주장하는 이란 내부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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