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국제적 이미지 씌우려
전문성 없어도 얼굴마담役 고용


중국은 서양 젊은이들의 ‘꿈의 제국’인가. 중국은 백인 외국인들에게는 ‘꿀 알바가 넘치는 천국’이다.

3년 전 뉴저지에서 베이징(北京)에 온 미국인 케이티(여·26·가명)는 곧 수입이 괜찮은 일자리를 구했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국인을 파트타임으로 원함’이라는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한 그에게 회사는 총경리(사장) 비서라는 명함을 줬다. 그의 업무는 사장과 외부 인사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 배석하는 것이다. 그는 “나는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식사 자리에서 업무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사 자리는 상당히 재미있으며 시간당 1000위안(약 17만 원)이라는 수입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되는 과정에서 회사 측이 왜 그 자리에 외국인을 채용하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대외적으로 회사의 ‘인터내셔널’한 이미지를 위해 채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열린 시드니 영화제에서는 중국에서 고용되는 외국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꿈의 제국’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11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마이애미 출신으로 중국 중남부 도시 청두(成都)에서 살고 있는 데이비드 보렌스타인은 중국에서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 백인 외국인들이 각종 이벤트에 보여주기 위한 배경으로 고용되는 ‘외국인 대여 산업’을 기록했다. 예술이나 무용을 전혀 하지 않았던 젊은 백인 여성이 무희들 사이에 끼어서 엉성하게 춤을 추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영국 의장대 의상과 분장을 하고 관광지에서 손님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 그가 참여했던 아르바이트 중 하나는 ‘세계적인 밴드’로 소개됐지만 사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 외에도 각종 행사에 그냥 ‘참석자’로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국제적이고 이국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점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이 같은 아르바이트들은 사실 사람들을 속이는 ‘가짜’지만 젊은 외국인들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