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賞 최재용 군

여주 대신고등학교의 김종민 선생님께.

은행나무의 노란 낙엽이 어느새 수북하게 쌓인 교문을 지나치며, 새삼스럽게 이 학교에서 맞는 마지막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임을 알면서도, 곧 학교를 떠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소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학교를 떠나기 싫은 이유, 이곳에서 쌓았던 수많은 추억들. 천천히 곱씹어보니 그 추억들의 상당 부분은 선생님과 함께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의 1학년 담임선생님이자 수학 과목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선, 그해 처음으로 고등교사로 부임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만났던 분 중 가장 열정이 가득하셨습니다. 수학을 꺼려왔던 저는 고교 수학이 그리도 활력 넘치는 학문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런 선생님과 저는 제게 많은 변화를 준 추억들을 함께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제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농구라는 스포츠인 것 같네요. 1학년 시절, 저는 가위바위보에 진 탓에 관심도 없던 농구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학년 중반쯤, 제가 친구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어느 날 선생님께선 표정이 어두운 저를 농구장으로 데려가셨죠. “재용아, 농구부 활동은 할 만하냐?”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맨날 시간만 때우다 온다고 답했던 제게, 농구를 좋아하시던 선생님께선 농구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장담하셨습니다. 기본기부터 시작하자며 지금의 저라면 쉽게 해낼 레이업 슛, 자유투 같은 것들을 했었죠.

선생님께선 학생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자청하시기도 했죠. 아버지의 역할로서 저희를 엄하게 지도하는 일도 많았고, 이따금 형제가 되어 힘든 일과 기쁜 일 모두를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저는, 아시다시피 선생님과 같은 교육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어,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학생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룬다면, 아니 꼭 이루진 못하더라도 선생님은 제 인생의 롤모델이십니다. 졸업하기 전에 꼭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3년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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