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30년 가까이 있다 보니 아이들의 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어요. 눈빛으로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읽어내고 대화를 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힘든 가정환경과 교우 관계로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박경란(52) 경기 고양시 제일중학교 교감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사의 역할을 이같이 정의했다. 29년 차 교사인 박 교감은 지난 2002년 제일중에 부임한 이후 교감 역할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가 있는 학생들을 심리 상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교직에 입문한 후 상처가 있는 제자들을 많이 만나고 지도하다, 필요성을 느껴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치료사 자격을 획득했다”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일중 상담실에는 박 교감 외에도 2명의 상담사가 상주하며 학생들을 상담한다. 가정불화와 학교폭력 등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학생은 박 교감이 따로 맡아 관리한다. 박 교감은 “오랜 상처로 마음의 문이 닫힌 아이들은 짧은 기간의 노력으로는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며 “상처 치유를 위해 집단 상담, 부모 상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감은 특히 같은 처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방학 동안 자신의 집에 불러모아 고민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며 치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놀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으며 상처를 치유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를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기도 한다. 박 교감은 “아이의 불행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지만, 협조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속상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교감은 역경을 극복하고 스스로 진로를 개척해가는 제자들을 보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꿈이 없던 중학교 1학년 아이가 나를 만난 후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진로를 개척해가고 있다. 학습부진으로 힘들어하던 제자도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격증을 3개나 취득했다”고 자랑했다. 이어 “제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실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교감의 도움으로 사회인으로 착실하게 성장해가고 있는 제자들은 졸업 후에도 직장이나 가정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면 박 교감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고 한다.
그는 “제자가 졸업 후에도 나를 잊지 않고 찾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하지만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제자가 졸업 후에도 여전히 힘든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박 교감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부산 경일여자상업고등학교의 야간반 음악 교사로 교직에 입문한 박 교감은 교직 입문 후부터 수많은 제자를 위해 사비를 털었다.
그는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저녁에는 학교에 다니며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연탄도 사주고 김밥도 사주곤 했다”며 “당시는 나 역시 월급이 넉넉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돈을 다 털어주고 나면 출·퇴근길에 버스 탈 돈이 없어 몇 정거장을 내리 걷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감은 “남모르게 돈이 없는 제자의 육성회비를 내고, 교복비·책값을 대신 내주는 교사는 나 말고도 많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열과 성을 다해 교직 생활을 해온 박 교감은 “과거에 못살고 어려웠던 시절보다 요즘 교사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교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후배 교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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