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129억 달러로 늘때
美 한국투자는 38억 달러 불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가 대미(對美)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투자 부문을 협상의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운송,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부문 적자는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국제수지 중 우리나라는 서비스수지 부문에서 미국에 142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16조5700억 원에 달한다. 여행수지가 57억2540만 달러,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45억9230만 달러, 운송수지 적자가 14억5110만 달러에 달했다. 해외여행, 유학, 특허료 등으로 미국이 톡톡히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투자 부문 역시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국내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투자 증가 등 한국의 대미 투자가 많이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직접 투자액은 2011년 73억 달러에서 지난해 129억 달러로 늘었지만, 미국의 한국 투자는 같은 기간 23억 달러에서 38억 달러로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국제무역연구원 분석 결과, 대미 무역수지는 2015년 25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3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억 달러 줄었다. 올 들어 1~5월에는 6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억 달러 감소하는 등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더구나 이런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로 미국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이 늘고, 에너지 수입 다변화로 미국 에너지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서비스, 투자 부문의 적자 현황을 강조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서비스 부문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투자부문의 경우 적자도 적자지만 대미 투자가 곧 미국 내 고용창출로 이어져 긍정적이란 점을 협상 과정에서 부각시킬 필요성도 있다”며 “미국이 서비스 수출 선진국인 만큼 우리의 수출 경쟁력 강화 기회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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