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찬반 갈등 등이 국정 현안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찬반 갈등 등이 국정 현안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향후 韓·美 교섭 전망

美, 서한에서 ‘재협상’ 이 아닌
개정·수정·후속협상 용어 사용

美, 철강·자동차 등 제조업 집중
韓은 미국산 車 수입 급증세 등
美 ‘일방적 불이익’주장에 반론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 서한을 전달받은 정부는 애초 미국의 전면 재협상 요구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돌발적 태도 변화를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그간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트집 잡아온 철강, 자동차 부문 등 제조업 분야에 대한 압박이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에 전달된 USTR의 서한은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기술적 측면에서 다소 완화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당시 미국 측은 한·미 FTA 협정 전체를 뒤집는 수준의 ‘재협상(renegotiation)’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서한에는 이 같은 ‘재협상’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대신 한·미 FTA 조문상의 용어인 ‘개정(amendment)’ ‘수정(modification)’이라는 용어와 ‘후속협상(follow-up)’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이들 용어가 기존의 재협상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지길 미국 측이 기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협상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지층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대외적으로 사용한 정치적 수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무적이고 공식적인 절차가 개시되는 현시점에서 용어의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산업부는 조속한 시일 내 국장급 관계관을 미국에 보내 USTR 측과 구체적인 의제 및 공동위 개최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해 우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가 되지 않은 점과 이로 인해 공동위 내 우리 측 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 임명도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개최 시점을 다소 늦춰 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개정 품목에 대해 면밀히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미 FTA 시행효과를 공동으로 조사·분석·평가해 양국 간 무역불균형 원인을 따져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 측은 상품수지에 있어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 자국 상품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특히 미국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과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덤핑 수출을 ‘불공정 무역’ 사례로 꼽았다. 미국은 교역 중인 16개국에 대한 무역적자보고서, 철강안보보고서 등 보호무역주의 관련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자국 정부 내부에서도 찬반이 나뉘어 여전히 조율 중이다. 미국은 이 보고서를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근거로 내세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 정부는 이를 감안해 한·미 FTA가 미국 일방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향후 강조할 예정이다. 한·미 FTA 체결 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이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정도로 높다는 점,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물량의 2%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동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나 한국기업의 대미 투자 분야는 미국 측의 이익이 절대적이란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정 본협상은 공동위에서 양국이 합의할 때만 개정 협상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협상이 되든 우리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 측의 오해를 푸는 동시에 한·미 FTA가 성공한 협정임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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