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 표류속
통상교섭본부장 임명못해

美와 원활한 소통 어려워져
韓美간 갈등 상황 키울수도


미국이 12일(현지시간) 한국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직 진용을 갖추지 못한 ‘통상 컨트롤타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부 출범 60일 넘도록 통상교섭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당초 외교부 원대복귀가 점쳐졌던 통상교섭본부는 계획과 달리 산업통상자원부에 남은 상태다. 대신 차관급이던 통상교섭본부장에 대외적으로 ‘통상장관’이란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인데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적임자를 찾는 일도 지연되고 있다. 개정 협상이 시작되면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회의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 이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재협상이 연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산업부는 오는 19일에 있을 백운규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백 후보자도 통상과는 사실상 크게 관계가 없어 안심하긴 어렵다.

통상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진작부터 흘러나왔다. 이미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관련 배석자들의 중량감 차이가 한눈에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회담에는 미국 측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배석했지만 우리 측은 이인호 산업부 1차관과 1급 통상비서관이 자리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처럼 통상 컨트롤타워 부재가 이어지면서 한·미가 FTA 개정 협상에 나서기에 앞서 미국 측 논리를 파악하고 한국 측 입장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미국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을 간신히 봉합한 한·미 관계가 FTA 재협상으로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협상에 돌입하면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줄 것은 주고 취할 것은 취하는 결단이 필요한데, 전략의 부재가 자칫 미국과 오해를 빚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실리 측면에서 확실하게 챙겨가야 하는 통상외교의 속성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