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파-반대파간 대립 격화
보상 놓고 지역갈등도 나와
정부가‘脫원전’으로 부추긴셈
사용후핵연료 전철 밟을 수도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 여부를 결정할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13일 오후 열리는 가운데 찬반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속도전이 갈등을 더욱 부추긴 탓에 향후 구성될 원전 건설 영구중단 결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결과에 승복할지도 미지수다.
이날 한수원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원전 전문가들로 이뤄진 원전 건설 중단 반대파와 환경운동가 중심의 찬성파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원전 보상과 관련한 울산·부산 간 지역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무조정실이 추진하는 원전 건설 중단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3개월간의 시한부 논의로 이뤄지는 결정에 어느 누가 승복하겠냐는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20개월간 운영했으나 권고안마저 국회에서 외면받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국무조정실이 공론화 위원 선정을 위해 고려한 학회 등 전문가 집단에 대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이들은 가장 큰 탈원전 세력인 정부가 자기들 편에 있음에도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원전 찬성론자들의 비판이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가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하면 이들에 대해 형사고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결국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논의 과정·법적 절차 검토 등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신고리 5·6호기 중단 절차를 강행한 정부가 사회 전반의 갈등만 증폭시킨 셈이다. 공론화위의 결정에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공론화위의 결론에도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것 이외 현 상황에 해법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를 앞둔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는 한수원 노조와 울주군 서생면 지역 주민들이 원천 봉쇄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수원은 오전부터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한수원 내에서는 경찰 4개 중대 460여 명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울주군 서생면 주민 선발대 100여 명이 이날 오전 한수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수원 노조도 이사회 개최 원천봉쇄를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김병기 노조위원장과 간부 2명은 이미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11층 이사회 회의실 농성에 들어갔다. 오후에는 서생면 주민 300여 명이 추가로 이곳을 찾아, 한수원 정문 앞 집회에 가세했다. 손복락 신리마을이주대책위원장은 “절대 공사중단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정민·경주=곽시열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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