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北核·미사일 고도화 등으로
동북아 외교 안보 현안 심각
첨단산업 분야도 ‘첩보 전쟁’

안보 넘어 성장동력 확보 등
국익 관련된 정보활동 확대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은 순수 정보기관으로서의 제자리를 찾기 위해 국내 정치와 완전한 단절을 선언했다. 1961년 설립 이래 주요 업무 영역으로 이어져 온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한 국정원은 앞으로 해외·북한 정보 분야의 역량 강화를 통해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난다는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13일 국정원은 최근 해외와 대(對)북한 정보 분야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과 인력 개편 작업에 나섰다.

국내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논란을 불러온 국내정보 담당관(IO)을 폐지하는 대신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해외와 대북 정보 수집 및 대테러 관련 업무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사이버 테러 등 정보 관련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비해 이에 대한 국정원의 대응 역량은 그동안 너무 약했다”면서 “국정원이 정보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IO로 일하던 직원들을 해외 및 대북 정보 수집 등의 업무로 돌리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조직과 인력을 해외와 대북 정보 전담 조직 등으로 재편하는 데는 북핵을 비롯해 동북아에 드리운 외교 안보 현안 문제가 심각하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돼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 공격 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의 보복과 미·중 갈등도 심화되고 있고,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중국의 군사강국화 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위기와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인 것이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전 세계가 첨단 산업 분야를 두고 ‘첩보 전쟁’이라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정원이 정보 능력 강화라는 개혁 방향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세계 흐름 속에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에만 매몰돼 있으면 국민의 안전과 평화, 국가 이익을 지킬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정원 관계자도 “북한을 비롯한 다양한 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정원의 해외분야 수집·분석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우선적으로 북한 정보 분석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핵 실험 등 각종 도발이 안보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별 북한 정보 분석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또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등의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일관되게 북한 정보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은 해외분야 수집·분석 능력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안보를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확보 및 미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국익 정보활동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환경·보건 등 신 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면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중장기적으로는 국익 보호 및 해외교민을 포함한 국민보호 분야의 정보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외국 정보기관과도 정보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개혁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정원은 조직 및 인력 개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정원은 1차장은 해외차장, 2차장은 북한차장, 3차장은 방첩차장으로 조직 편제를 바꿨다. 또 각 자리에 서동구 주파키스탄 대사, 김준환 전 국정원 지부장, 김상균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 등 모두 국정원 출신 인사들을 임명했다. 업무 연속성과 안정성을 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혁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도 이어지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이 해외정보분석국장을,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북한정보분석국장을 맡는 등 비국정원 출신 외부 민간 전문가를 발탁한 것이다. 개혁성향이 강한 외부 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앉혀 인적 차원의 쇄신을 이뤄내는 한편, 국정원 개혁위를 통해선 장기적 개혁과제를 수행할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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