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국정 운영의 철학이 바뀌고, 국가의 중대사에 대한 정책이 변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주체가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됐다. 주기적으로 국정의 최고 지도자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역사는 전진과 퇴행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민주정치에서 정치의 주체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다. 법이 영원히 불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한계와 질서를 부여한다.
정치적 이상과 가치가 다원화된 세상에서 정치가 자신의 이념과 일치할 수만은 없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아래서는 어떠한 변화도 ‘법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그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법의 지배를 벗어나는 사람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법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어도 그 다양성은 법적인 것이지,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설령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법의 해석이 바뀔 수는 없다. 정권이 변했다고 해서 이전 정권에서 위법적이었던 행동이 합법적인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똑같은 한 위법(違法)은 위법이고 합법(合法)은 합법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탈법(脫法)이고, 국가의 헌정 질서를 허무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뀌자 법외노조인 전교조 교사들에게 내려졌던 징계 조치가 철회되거나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시국선언이나 연가투쟁 등은 국가공무원법상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복무 의무 위반 행위”라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교사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교육부의 태도는 변했다.
그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도 7월 11일 예정됐던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5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취소하고 이들을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교육감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당초에는 시국선언 교사들을 경징계하는 방안을 생각했는데, 탄핵을 거치고 지금 상황(정권 교체)으로 넘어오니까 고민이 되더라”면서 “정치적 맥락이 바뀌면 법 해석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정권 교체가 교사들의 위법 행위를 합법적 행위로 바꿨다는 것이다. 법 해석을 정치에, 정권 교체에 종속시킨 것이다. 그들은 이번 정권 교체를 ‘혁명’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현장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 및 집단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5월 280여 명의 교사에 대한 ‘범죄 처분 결과’를 각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으로부터 공무원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받은 교육기관장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 달 안에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 시·도 교육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도 교육청이 법을 위반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헌법에 근거한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함으로써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법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다. 교육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징계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스스로 국가의 기둥인 법의 지배를 허무는 일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행태는 교육의 장을 정치의 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