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및 그린스쿨 교수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할 시간이 임박하면서 사용자와 노동계 간의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있다. 사용자 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최초안은 시급 6625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6470원)에 대비 2.4% 인상된 금액이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해 대비 무려 54.6%가 인상된 1만 원을 제시했다. 1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0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9570원(47.9% 인상), 사용자 측은 6670원(3.1% 인상)을 수정안으로 제시했으나 노사 양측의 차이가 너무 컸다.

해마다 노사 양측이 타협되지 않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투표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금은 사용자에게는 비용이고 노동자에게는 소득이라는 점이다. 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건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려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최근 경제성장률보다 과속(過速)으로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60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으로 지난 17년 동안 4배 정도 인상됐다. 최근 5년 동안에도 거의 연평균 7%가 증가해 같은 기간 연평균 3% 정도인 경제성장률에 비해 훨씬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특히, 이 인상률은 4인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인상률보다 훨씬 높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는 약 1900만 명이며, 그중 수혜근로자는 약 330만 명으로 17.4%가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을 2020년에 달성하려면 연평균 15% 이상 인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금액을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200만 원 이상이고, 다른 비용들을 합한 연봉으로는 3000만 원이 넘어 실질적인 기업 부담액은 월 250만 원 이상이 된다. 예를 들어 대학에 채용된 비정규직의 연봉이 2000만 원 정도인 현실에서 본다면 50% 이상 인상되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최저임금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한국에서 정의되는 최저임금에는 정기상여금 및 숙식비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상여금과 숙식비가 포함되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숙식비는 포함하는 미국, 일본 및 캐나다와도 차이가 있다.

1만 원의 최저임금이 되면 약 2000만 명의 적용 근로자 중 20% 정도가 직접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던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줄 것이므로 임금 인상 대상 근로자 비중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임금 인상으로 기존 근로자에게는 소득 증대가 있지만, 기존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회피하게 돼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은 소득 창출의 기회조차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각종 용역자 등과 같이 시간제로 일하는 이들은 직접적인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건물 청소 시간을 줄이거나 주말에는 청소를 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수준은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파악해 사업자와 근로자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주체들의 고민도 반영한 타협점을 찾아 결정돼야 한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념이나 독선적 결정으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구태가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특히, 양적확대·구조개혁·규제완화 등의 3개 화살 정책으로 기업들의 영업실적을 올려 임금이 인상되도록 했던 일본의 정책을 거꾸로 해석하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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