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설계 / 뉴 사이언티스트 기획, 마크 뷰캐넌 등 지음 / 반니

안 좋은 일이 우연히 연이어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평소보다 30분이나 집에서 일찍 나왔는데 사고 차량 때문에 길이 막히고, 늦게 회사에 도착했더니 하필 내가 탄 엘리베이터에 부장님이 타고 있고, 자리에 앉는 순간 사장님이 사무실에 내려와 순시하고 있던 것을 발견하는 그런 경우 말이다.

반대로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샐리의 법칙’이다. 늦잠을 잤는데 그날따라 도로가 한산했다든지, 아슬아슬하게 회사에 도착했더니 부장님이 병가로 쉰다든지, 부장님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마침 사장님이 참석했다든지 하는 것이다. 두 법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우연의 장난’은 그저 당신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제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우연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정의한 ‘우연(chance)’이란 일정한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 불규칙하고 무작위적이며 의도하지 않은 일들을 뜻한다. 우연은 책의 영문 제목에 등장하는 것처럼 ‘운(luck)과 무작위성(randomness), 확률(probability)’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대중과학 저술가 이언 스튜어트, 미국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 등은 이 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연이라는 존재에 접근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은 오늘날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는 것부터가 우연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말한다. 유아기 태양계에 존재하던 바윗덩어리 중 하나가 지구로 날아와 일부는 달라붙었고, 나머지는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과 함께 지구 주위를 돌게 되면서 달이 만들어졌다. 모행성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위성(달)이 만들어진 덕분에 지구 자전축이 기울기를 유지하면서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행운을 얻었다.

인간 같은 복잡한 생명체가 지구에 살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 세포가 복잡한 세포로 진화하는 과정은 지금까지의 지구 역사 중에 딱 한 번, 그것이 아주 우연히 한 단순 세포가 또 다른 단순 세포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연이라고 인식하는 모든 일들이 실상 아무런 규칙과 인과관계 없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책은 ‘알렉산더 플레밍이 세균 배양 접시에 날아든 곰팡이 포자로 인해 페니실린을 발견하거나, 염소처리한 당분을 ‘실험(test)’해 보라는 것을 ‘맛보라(taste)’는 걸로 알아들은 샤쉬스칸트 파드니스가 감미료 수크랄로스를 발견하게 된 것도 의도치 않게 일어난 일이다.

책은 단순히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찾으려는지 이미 알고 있는 과학자들이 다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답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오류라 무시하지 않고 중요성을 알아차려 유용한 결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우연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책은 끝으로 예측 불가능한 것들을 거부하는 기술 진보의 시대에 ‘우연을 즐기라’고 말한다. 뜻하지 않은 행운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약간의 모험을 추구하는 순간 만날 수 있다는 것.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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