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 주디스 커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책장을 넘기는데 눈물이 고였다. 처음에는 슬픈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이야기다. 주디스 커는 원래 어떤 이야기든지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고야 마는 작가였다. 그의 대표 그림책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에서 엄마와 딸이 단둘이 남은 오후의 아파트에 호랑이가 찾아온다. 예로부터 호랑이나 늑대가 찾아오는 이야기는 불길하다. 그러나 이 댁에 찾아온 호랑이는 홍차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고 간식을 먹고 싶었으며 엄마와 딸은 그런 호랑이를 아낌없이 환대하는 따뜻한 결말로 이어진다. 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옷차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차려입은 손뜨개 스웨터와 스타킹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감각적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도 그렇다. 표지에서 노년 커플의 빨간 재킷과 베이지색 바지, 연한 보라색 카디건, 봄잔디를 닮은 원피스를 보면서 속으로 역시 주디스 커라고 외쳤다. 할머니는 자신이 기르는 하얀 고양이에게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내가 홍차를 기다리는 줄 알아요”라는 첫 문장을 읽었을 때만 해도 이번에는 어떤 차 모임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뒤 장면부터 책 제목처럼 상상도 하지 못한 아름다운 데이트가 이어진다. 할머니가 사랑했던 헨리는 이 세상을 떠나 하늘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네 시부터 일곱 시까지는 잠시 외출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차 모임을 갖는 오후 네 시,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외출한 그리운 헨리를 만나 그동안 둘이서 해보고 싶었던 사랑을 나눈다. 밀림으로 날아가서 원숭이들에게 홍차와 쿠키도 대접하고 이집트에 가서 스핑크스와 와인잔을 기울이며 수다도 떨고 돌고래와 수상스키를 타기 위해 바다로 떠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시간에 할머니가 의자에서 졸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는 헨리와 둘만의 못다 한 최고의 연애를 하고 있다.

어떤 그림책은 그림을 보여드려야만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득할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그렇다. 그림을 보는 순간 당신도 아마 너무 고와서 울게 될 것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작가 주디스 커는 올해 94세이며 아흔을 넘긴 할머니가 낸 이 그림책은 출간 첫 주에만 7만4000권이 팔렸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아름다운 작가를 ‘2015년의 진정한 영웅’으로 기록했다. 그와 52년 동안 해로했던 각본가 나이젤 닐은 2006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이 책 속의 헨리는 아마도 그다. 삶을 경배하게 만드는 상상할 수 없이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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