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북 경주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39.7도를 기록, 장마철임에도 삼복더위를 체감하게 한다. 계절은 어김이 없다. 해마다 이맘때인 삼복절(三伏節)은 공식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인 초복에서, 넷째 경일 중복, 입추 후 첫째 경일 말복까지이다. 그래서 초·중·말 삼복을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한다. 보통 삼복 기간은 20일이지만, 올해는 말복이 중복 스무날 뒤에 오는 월복(越伏)이라 복달더위 기간도 열흘이나 더 길다.
복날을 가리키기도 하는 ‘엎드릴 복(伏)’자는 너무 더워 사람(人)이 개(犬)처럼 엎드려 있다는 의미를 담은 회의문자다. 가을이 여름 집에 놀러 왔다가 그 열기에 질려 납죽 땅에 엎드려 기를 못 편다는 뜻이다. 여름 한더위를 잘 보여주는 글자다. 조선 시대에는 삼복이면 임금이 종친과 대신, 그리고 각 관아에 ‘얼음 교환권’ 빙표(氷票)를 선물로 주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했다. 당시 백성들은 복절식(伏節食)을 먹고, 계곡이나 그늘로 피서를 갔다. 복절식은 대개 개장국과 육개장, 영계백숙탕 및 팥죽 같은 고단백·고칼로리의 뜨거운 국물 음식이었다. 지금은 인삼을 넣은 삼계탕이 대세인 가운데 장어탕이 가세 중이지만….
닭백숙에 인삼을 추가한 삼계탕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20세기 중반 이전 문헌에서 삼계탕(옛 이름 계삼탕)이란 말을 찾기 어렵다. 그전에는 찹쌀과 대추·밤·마늘 등을 넣어 푹 곤 탕이나 찜으로 먹었다. 인삼이 대량 재배되기 전이니 귀하기도 했겠지만, 만병통치 약재로 인식돼 상류 계층이 아닌 일반인이 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연계(軟鷄)를 재료로 한 탕이나 찜 요리가 흔했다. 연한 닭이란 뜻의 ‘연계’란 말은 오늘날 ‘영계’로 바뀌었다. 병아리보다 조금 큰 어린 닭을 그렇게 부른다. ‘연’이 ‘영’으로 바뀐 것은 ‘軟’을 ‘young’으로 생각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닭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쓴다. 나이 어린 이성(異性)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삼복에 삼계탕이나 백숙 같은 닭고기를 먹는 풍습은 영양학 아닌 속설로 설명하기도 한다. 새벽을 알려 귀신을 쫓는 닭에, 인삼이란 화(火)의 기운을 추가해 불볕더위와 함께 오는 역병과 악귀를 물리친다는 논리다. 과학적으론 이해가 안 되지만, 삼복염천에 뜨거운 탕으로 원기를 돋우는 이열치열 건강법임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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