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감소 추세’ 문건
그린피스 입장 담아 논란
“객관성 필요한데 부적절”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념 편향적인 비정부기구(NGO)의 보고서까지 공식 문서에 제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객관성을 담보로 해야 할 정부 문서에 가치 중립적 사실보다 특정 단체의 입장을 반영한 자료가 언급된 것을 두고 국민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부 언론의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이 파리 기후협약 이후 더 늘고 있다’는 13일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언론은‘전세계 신규 원전이 25년 만에 최다’이며 ‘세계 원전 전력이 4년째 상승하고 있고, 건설·계획 중인 원전이 227기에 달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원전 발전 비중이 2000년대 이후 감소 추세”이며 “해외 다른 나라 정부들은 각종 환경 비용 등을 감안·평가한 미래 균등화발전단가(LCOE)는 원전이 신재생, 액화천연가스(LNG)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을 설명자료에 담았다. LCOE는 설계, 건설, 운영, 자금조달, 폐기 등 비용을 총발전량으로 나눈 원가인데, 산업부는 이 비용이 원전이 가장 높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전 정부까지 원전 진흥정책을 펴던 산업부가 이 같은 내용을 문서에 담는 것도 일반 국민에겐 낯설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는 한 발 더 나가 “독일 그린피스 보고서와 블룸버그 보고서도 재생에너지의 LCOE는 2030∼2040년쯤 다른 발전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그린피스 보고서 수치는 원자력이 대형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보다 비싸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그린피스의 보고서를 공식 자료에 인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는 전 세계 원전 가동국을 상대로 반원전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극단적인 시위 방식도 채택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이 제시한 데이터가 과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찬반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정부 자료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특정 단체가 제시한 데이터를 정부 공식 자료에 담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인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기부정 하는 것”이라며 “LCOE 역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원자력이 가장 싼 전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처럼 환경운동단체의 정보를 문서에 인용하는 것은 공론화 절차를 앞둔 신고리 원전 5·6호기 영구 중단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정부가 제시해야 함에도 오히려 더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탈원전이든, 어떤 에너지 정책이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엄격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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