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防産) 비리는 유사시 대한민국 장병의 목숨을 잃게 하고, 심지어 전쟁의 패배로 이끌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적(利敵)행위나 다름없다. 그래서 역대 정권이 방산 비리 척결을 외쳤고, 노무현 정부는 무기획득 업무를 통폐합해 2006년 방위사업청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방산 비리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는 조짐까지 보였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한 감사 결과는 상징적이다. 수리온헬기는 2006년 개발 착수 이후 여러 차례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으나 늘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방사청 및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만큼 이제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할 책임이 무겁다. 1조295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수리온이 비행 안전성도 갖추지 못한 결함투성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엔진의 결빙 현상으로 2015년에만 세 차례 비상착륙 또는 추락했다. 미국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101개 항목에서 29개 항목이 기준 미달로 나왔다. 방사청은 이런 결함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결함 보완 계획서만으로 납품 재개 및 전력화 재추진에 나선 것으로도 드러났다. 비자금과 로비 소문도 무성하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초 방위산업 비리 수사에 공을 기울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리온 문제가 노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다만, 방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송영무 국방장관이 앞장서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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